'지방대학 특성화사업' 기초학문이 희생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대학들이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선정을 위해 대대적인 정원 감축(본보 지난 15일자 9면 보도)에 나서면서 감축 기준과 절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의대는 지난해 11월 200명 감축 발표에 이어 올해도 110명 추가 감축을 결정하면서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의대 박순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해 예고됐던 불문학과, 물리학과에 이어 내년도에는 독문학과가 모집 중지되고, 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가 통합되는데도 학교는 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력이 끝난 다음날인 15일에야 기습 통보했다"고 말했다.

동의대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학과 교수 전원은 16일 이 대학 전체 교수들에게 성명서를 보내 "총장은 학과 통폐합과 명칭 변경을 양 학과 구성원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했다. 이 때문에 양 학과가 사활을 걸고 준비하던 특성화사업마저 중대한 차질을 빚게 했다"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통합안의 무효화와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정부 지원 안 되면 치명적"
부산지역 대학 대대적 감축
기습적 인문학과 통합·폐과
기준·절차 모호 진통 예고


이 대학 인문대학 교수들도 성명서를 검토하는 등 반발은 확산될 조짐이다. 인문대학은 2015학년도에 불문학과, 독문학과의 모집 중지, 정원 15명 감축 등 직격탄을 맞았다.

동의대는 각종 정부 지원을 위해 선제적인 감축의 필요성을 감안, 기습 감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동의대 박철제 기획처장은 "올 하반기엔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시작되는데, 내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되면 치명적이라는 판단으로 2017년까지 목표하는 최종 감축률인 7%를 2015학년도로 앞당기면서 의견 조율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대학들이 정원 감축의 방편으로 학과 수를 대폭 줄여 학부제로 전환하면서 무리한 통합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경성대는 7학부, 58개 학과를 14학부, 32학과로 개편했다. 국어국문·일어일문·한문학과·사학과가 인문문화학부로, 독일지역학과·프랑스지역학과·철학과가 글로컬문화학부로 묶이면서 총 50명이 감원됐다.

부산외국어대는 39개 학과(부)를 29개로 줄이면서 유럽미주대학 10개 학과와 아시아대학 11개 학과를 각각 4개 학부로 묶었다. 신라대는 일어일문·중국어중국학과를 국제학부로 묶어 감원했고, 국어국문학과와 사학과를 문예창작비평학과와 역사문화학과로 각각 명칭을 바꿨다. 부산외국어대 한 교수는 "특성화 사업 가산점을 위해 특성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모집단위를 통합한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야간학과도 대폭 사라진다. 동아대는 국어국문·영어영문 야간을 폐지하고, 동의대도 야간 사회복지·경영 등 4개 학과를 모집 중지하기로 했다.

2016∼2017년 정원 감축과 모집단위 조정 과정에서 대학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제대는 학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충원율·취업률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학교 지침에 반발한 전체 교수들이 지난달 27일 비상총회를 개최하는 등 진통 끝에 2015학년도에 한해 학과 자율로 28명을 줄였다.

곽명섭·최혜규 기자 ed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