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참사] 참담한 학부모·시민들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이 어떻게… 자식 키우기 겁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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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구조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남의 자식들 일 같지 않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대학생들이 참변을 당한데 이어 두 달 만에 고등학생들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나타냈다.

"학생들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
"후진국형 인재" 교육현장 분노


고2 아들을 둔 주부 오소영(44·해운대구 좌동) 씨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끔직한 사고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벌어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애타게 부모를 찾았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며칠 전 딸이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이주성(51·부산진구 부전동) 씨는 "참사로 숨진 부산외대 신입생, 대학생에 이어 이번에도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것 같다"며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우리나라가 자식 키우기가 겁나는 나라'라는 말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화물선 선장 출신인 김 모(서구 부민동·51) 씨는 "시정이 안 좋은 기상상황 속에서의 무리한 출항, 대리 선장 운항, 승무원들의 안전조치 미비 등 이번 사고 역시 '한국형 인재' 같다"며 "TV를 통해 아이들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착잡해했다.

일선 교육 현장도 한결같이 참담한 분위기였다.

일부 고교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뉴스를 보면서 비통한 마음을 달랬고,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 SNS 등을 통해 또래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지켜봐야 했다.

부산기계공고 이중순 교장은 "언제까지 이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학생이 억울하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음 주에 예정된 제주도 수학여행의 안전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단체들도 애도와 함께 정부의 '부실 대응'을 성토했다.

'참교육학부모회' 편국자 부산지부장은 "매년 4~5월이면 부산을 비롯해 전국 학교의 수학여행이 제주도로 몰려 수많은 배편이 움직인다"며 "이번 참사가 수습될 때까지 교육당국에서 전국 학교별 수학여행 일정을 분산해 안전사고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16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7월 해병대 캠프 훈련 사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등 학교생활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정부와 학교 등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었다"며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들의 야외 체험활동 확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유학기제 시행, 체험활동 확대 등으로 학교 밖 교육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체험 프로그램별, 시설 이용별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해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17일 성명에서 "우리 제자들과 선생님, 승객들이 안전하게 구조돼 무사 귀환하길 간절히 기원하다"며 "정부 대책반과 해경 구조단은 구조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대식·김백상·김현아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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