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칼럼] "아이들아, 제발 살아서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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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아! 신이여 제발 저 아이들을 구해 주소서."

어제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 참사로 충격 받은 국민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애타게, 애절하게 부르짖고 기원하는 말일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를 우리는 또다시 겪고 있다. 부산외대 신입생들의 경주 참사를 겪은 지 얼마가 됐다고.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오늘 오전까지 실종자가 무려 287명에 이른다. 이들이 저 차디찬 칠흑 같은 바다 밑에서 얼마나 긴 고통의 밤을 보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좀체 가누지 못하게 된다.

여객선 대형참사에 전 국민 정신적 큰 충격 
구원기도로 북받쳐오르는 슬픔과 분노 삭여

"아빠, 배가 가라 앉으려고 해." "배가 가라 앉고 있어요. 살아서 만나요."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그 참담한  순간에 엄마와 아빠를 애타게 찾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모형제들의 그 처절한 울부짖음이 귓전을 때리고, 아이들이 내질렀을 그 비명은 폐부를 찌른다.

더구나 세월호 선장과 선원 6명이 첫 구조 그룹에 속했다고 한다. 이들은 승객의 안전을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선원으로서 지켜야 할 고귀한 준칙이자 의무마저 내팽개쳐 버린 것이다. 선원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 명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비겁했다. 22살 앳된 여승무원 박지영 씨는 최후의 순간까지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다 결국 이번 참사의 첫 사망자로 확인되었다. 먼저 탈출했던 선장과 선원들은 용서 받기 힘들다.

어제 오전 국민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야말로 범국가적으로 전개되는 구조활동을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사고 발생 몇 시간 뒤 어떤 방송사에서는 '해경, 승객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사고 소식에 놀랐던 가슴을 추스르면서 그나마 안도했던 것도 잠시였다. 생사불명의 실종 인원이 280여 명에 달한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온종일 우왕좌왕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조난 신호를 하고 1시간여를 선실에 대기하라고 했다 한다. 결과적으로 선실에서 대기했던 승객들은 그대로 배와 함께 침수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그때 침수하는 배에서 제대로 탈출 작업을 벌였다면, 이 같은 대형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란 소식에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안전매뉴얼은 잊었단 말인가. 왜 그토록 긴박한, 절체절명의 비상상황에서 이처럼 어이없는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기가 막힌다.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일 먼저 탈출했던 사람인 선장은 '대리 선장'이었다. '대리'라고 해서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사고 전날 출항했던 인천 앞바다는 안개가 심했다. 그 시각에 인천항을 떠난 배는 세월호뿐이었다. 왜 그런 무리를 했을까. 출항에서부터 이번 대참사를 잉태했던 것일까. 또 진도 앞바다에서는 권고항로를 이탈해서 지름길로 항로를 변경했다는 설도 있다. 30분 빨리 귀착지인 제주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이라면, 겨우 30분 줄이자고 그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인가. 한탄스럽다.

이번 참사의 경위를 따지고 보면, 사고는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된다. 세월호가 안전항로로 갔고, 사고가 났더라도 안전매뉴얼을 제대로 지켰고, 선원들이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이처럼 대형 참사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참사, 이 비극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또 안전불감증 사고! 그동안 그렇게 많이, 또 깊이 우리 스스로를 자책하고, 다시는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고 다짐했던 안전불감증 사고가 이렇게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부끄럽다. 이러고서도 선진국 진입을 운운할 수 있을까.

국민의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 이유와 근거도 이것이 가장 핵심이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수학여행 고교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충격이 매우 크다. 전 국민이 정신적 치유를 받아야 할 지경이다. 정부는 최후의 1인까지도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아, 제발 살아 있어 다오!"

 myung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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