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전포 카페거리에 맛있는 밥집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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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만 정성스러운 상 차림으로 손님을 맞겠다는 각오를 밝힌 '곁집' 고명준(왼쪽)·정승안 공동 대표는 호텔조리학과 동기동창생이다.

부산의 번화가 서면, 서면 중에서도 부전도서관에서 수학과학창의체험관 '궁리마루'(옛 중앙중학교) 쪽으로 도로 하나만 건너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전포 카페거리가 있다. 그곳은 2010년 이후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개성 넘치는 작은 카페들로 서면 특유의 번잡함이 싫은 사람들이 분위기 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한데, 이 카페거리에 언제부턴가 소규모의 '예쁜' 밥집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얼핏 외관만 보면 카페인지, 밥집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하긴, 굳이 구분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가게 이름이나 간판, 메뉴, 인테리어 등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더욱이 최근 수 개월 새 제법 입소문을 타고 있는 세 곳은 30대 초반의 청년들이 열정으로 꾸려가는 밥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부공장' '곁집' '은화수식당' 등 전포 카페거리 세 곳의 청년 밥집 스토리를 담아 본다.

■ 두부공장
재래식 순두부의 고소한 맛 일품

■ 곁집
소주 안주로 최고인 '간장수육'

■ 은화수식당
'하와이돈가스' 여성에게 인기 몰이



■뉴욕에 한식당을 내고 싶다는 '두부공장' 

부산 부산진구 전포 카페거리에서 밥집 겸 스몰 비어 `두부공장`을 운영 중인 김준하 셰프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환화게 웃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고, 실무 요리 외에도 이론을 겸비하고 싶다는 생각에 부경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한 김준하(30) '두부공장' 실장(대표라는 직함 대신 명함엔 실장이라고 밝혔다) 겸 셰프. 해군에선 조리병으로 복무하고, 더 나은 요리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호주로 건너가 레스토랑에서 1년간 근무한 경험도 있는 김 셰프가 최종적으로 택한 메뉴는 뜻밖에도 한식이었다.

"어머니 가게 일을 도우면서 우리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고요."

두부공장은 밥집 겸 스몰 비어(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파는 가게). 김 셰프의 어머니는 지금도 창원에서 순두부 가게(색동가)를 경영하고 있고, 불백 양념은 돼지갈빗집을 30년째 운영 중인 외삼촌 비법을 전수 받았단다. 미혼의 김 셰프는 중식을 제외한 한식, 양식, 복어,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두루 갖췄다.

"2012년 12월 제가 개업할 때만 해도 이 동네에서 카페형 밥집은 드물었죠. 다만, 이미 영업 중인 가게들이 체인점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게 제겐 희망적으로 보였어요."

두부공장이 자랑하는 해물순두부와 불백덮밥을 맛보았다. 재래식 순두부를 쓴다더니 일반 두부보다는 고소한 편이었다. 거기다 각종 야채와 조개로 맛을 낸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편이었다. 돼지갈비 소스로 하룻밤을 재운 돼지불백 양념은 마늘, 부추 등과 어우러져 입맛을 당겼다. 내친김에 자몽크림생맥주와 두부 나초도 주문했다. 즉석에서 튀겨 나온 두부 나초의 고소하면서도 보송보송한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1년 4개월을 지났을 뿐이지만 단골손님도 제법 늘었고요, 나이 어린 직원들(두부공장 이연정 매니저는 불과 스물두 살이다)도 요리에 저만큼의 열정을 갖고 있어 날마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뉴욕에 한식당을 내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 46번길 64. 해물순두부 6천 원, 불백덮밥 6천 원. 두부 나초 3천 원. 크림생맥주(맥스) 2천500원, 과일크림생맥주(450㏄) 4천500원. 오전 11시~밤 12시(식사는 오후 8시까지 가능). 070-4403-6235.



■조리학과 출신 청년들이 만드는 '곁집'
간단하지만 정성스러운 상 차림으로 손님을 맞겠다는 각오를 밝힌 '곁집' 고명준(왼쪽)·정승안 공동 대표는 호텔조리학과 동기동창생이다.

두부공장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위치한 '곁집'은 지난 1월 개점했다. 양산대(현 동원과학기술대학) 호텔조리학과 동기동창생인 고명준·정승안(31) 대표가 낮과 밤으로 근무 시간을 달리하면서 주방을 지키는 중이다. 밥상 메뉴는 달랑 두 개. 달걀부침을 얹은 돌솥 비빔밥은 공통으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젊은 취향을 고려해 깔끔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음식 콘셉트를 고려했습니다. 이 동네는 10평 남짓한 가게들이 많은 데다 색깔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어서 인테리어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남포동에서 '이자카야 PDI'도 운영 중인 정 대표가 고 대표와 교대를 위해 출근했기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 대표는 음식을 장만했다.

"저만 해도 고교 3학년 때부터 칼을 잡았으니 음식을 한 지는 13년째입니다. 한식, 양식,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고요, 일식 파트를 배우기 위해 호텔에서 근무하던 중 자격증에 회의가 들어서 뛰쳐나온 뒤 개인이 하는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내 가게를 해야 되겠다 싶어 창업을 하게 된 거죠."

정 대표는 특히 사단장 전담 조리병으로 군복무를 한 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곁집의 야심찬 메뉴 '간장수육'이 나왔다.

일본식 수육 '차슈'를 한국식으로 변형해 간장소스에 삶아 냈다. 명이나물 하나에 겉절이를 얹고, 그 위에 고구마와 무말랭이 무침을 더해서 삽겹살이나 사태 수육 한 점씩을 포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명이나물, 고구마, 무말랭이 맛에 뒤섞인 수육은 씹히는 느낌도 없이 스르르 목을 넘어갔다. 소주 한 병에 곁들이면 딱일 듯싶었다.

언젠가 자기 펜션을 열고, 오시는 손님께 자기만의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정 대표, 그에 비해 우선 당장 곁집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고 대표. 미혼의 두 남자가 운영하는, 밥집 치고는 꽤 예쁜 그곳에서 두 사람의 꿈은 영글어가고 있었다.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 46번길 62-8. '내 곁에 돌비(돌솥 비빔밥+김치찌개)'와 '님 곁에 돌비(돌솥 비빔밥+된장찌개)' 등 밥상 각각 6천 원. 간장수육 2만 5천~3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새벽 2시. 010-8557-3870.



■남포동 2호점도 개점하는 '은화수식당'
쉬우면서도 간단한 요리 중 하나인 카레와 돈가스를 주로 판매하지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은화수식당' 김은화(왼쪽)·권혁기 공동 대표는 고교 동창이다.

'곁집' 바로 옆에서 영업 중인 '은화수식당'은 수제 돈가스와 카레라이스를 전문으로 하는 복고풍 인테리어가 특징인 밥집. 프랜차이즈 스몰 비어 '봉구비어'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인 오봉구(호적에 오른 이름과 달리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단다) 씨와 결혼한 김은화(30) 씨가 지난해 12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개점했다. 은화 씨 고교 동창인 권혁기(30) 씨가 동업한다. 3년 전에야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딴 은화 씨가 독특한 콘셉트로 핫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카레를 만든다든지 기본 음식 장만은 주로 제가 담당해요. 혁기 씨는 토핑이나 돈가스 튀김을 전담하고요. 돈가스용 돼지고기 등심은 일일이 두드려서 직접 장만합니다. 손님상에 낼 때도 주문을 받은 다음에 튀기기 때문에 훨씬 바삭하고 고소할 겁니다."

은화수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와이돈가스'의 경우,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은화 씨 커플 이야기를 담아낸 메뉴.

"하와이 여행에서 맛본 파인애플을 응용했어요. 돈가스 위에 파인애플을 얹고, 그 위에 달곰하면서도 새콤한 소스를 끼얹는데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특히 좋은 편입니다. 우리 부부의 추억이기도 하지만 음식에 스토리가 있다는 건 재밌잖아요."

그러고 보니 은화수식당 앞에는 한때 유행하다가 사라진 비어마트 '이태원후리덤'까지 개점해 눈길을 끌었다. '이태원후리덤'은 봉구 씨와 함께 은화수식당 혁기 씨가 관여하고 있다.

"다들 주머니 사정이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비어마트는 또 다른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화수식당은 가장 쉽고 간단한 요리를 취급하고 있어서 어쩌면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을 썼어요. 은화수식당 남포동 2호점도 이달 말에 개점합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 46번길 62-8. 기본 카레 5천 원, 하와이돈가스 6천 원, 새우튀김 3천 원(2개), 고구마치즈고로케 1천500원(1개) 등 다양한 카레 토핑. '아빠' 맥주(하이트 640㎖) 4천 원.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마지막 주문 오후 9시, 오후 3시~4시30분 쉼). 070-7361-8141, 051-583-8109.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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