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49> 함안 방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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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배달한 솔향 색다른 암봉에 취하다

함안 방어산 정상에서 내려와 맞닥뜨린 거대한 마당바위. 함안의 비옥한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어산은 곳곳에 암반이 이어져 있고, 요철을 즐길 만한 산등성이와 기다란 솔숲이 이어져 걷는 재미가 좋다.

근교 산에서 시원한 솔숲을 만나는 게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 탓이다. 조만간 우리 산에서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니 오죽 심각한 상황일까! 그래서 더욱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모처럼, 질릴 정도로 기다란 소나무 터널을 바장였으니 말이다!

경남 함안의 방어산(防禦山·532m)을 걸으며 소나무 사이로 춤을 추는 봄바람을 맞았다. 여유로운 봄산행이었다. 방어산은 함안의 서쪽 끝에 우뚝 서 있다. 시야를 가로막고 나서는 고산준령이 없으니 지리산은 물론 전남 광양의 백운산까지 조망하는 산이다. 유장한 남강을 굽어보면서 낙남정맥의 최고봉인 여항산군을 끼고 있기도 하다.



     
지리산·광양 백운산까지 한눈에 쏙
철옹성 같은 능선 탓에 '웅산' 별칭도
신라 석공들의 '마애불' 감상은 덤

그런데, 왜 방어산일까? 그 궁금증은 하산길에 문득 정상 주변부를 되돌아봤을 때 확연해졌다. 500m급 산이라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곳곳에 암반이 이어져 있고 오르내리는 능선은 제법 요철이 심하다. 정상 인근에는 성터가 있다는데, 이는 병자호란 때 묵신우 장군이 농성전을 벌였다는 전설에 맞닿아 있다. 과연! 그러고 보니 그 능선은 철옹성처럼 보였다. 웅산이라는 별칭도 그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산길이 사나운 것만은 아니다. 부드러워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데, 가끔 가풀막이 나타나 긴장을 잃을 수 없는 정도이니 오히려 걷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방어산에는 보너스가 숨겨져 있다. 신라의 석공들이 바위에 아로새긴 거대한 마애불. 1400년 전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유적 답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방어산 오롯이 즐기기

방어산은 괘방산(457m)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두 산의 등성이를 종주하는 한나절 코스가 곧잘 선택되곤 했다. 이 경우 남해고속도로상의 옛 남강휴게소 쪽인 가덕마을을 기점으로 삼았다. 산&산 21회 때 가덕마을~방어산~괘방산~어석재 구간(7.85㎞)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경우는 직선 코스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회귀산행을 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따라서 방어산을 오롯이 즐기는 한편,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 코스를 시도해 보았다. 도중에 마애불 관람을 끼워 넣어 답사 느낌도 들게 했다. 버스정류소인 '지곡'과 '하림'을 기종점으로 말발굽처럼 정상을 빙 두르는 코스다. 하산해서 발품을 조금만 더 팔면 원점회귀도 완성된다.

요약하자면 함안군 군북면 영운리의 지곡마을 버스정류소~돌탑군~방어산 정상~마애불~비로자나불~504봉~마당바위~임도 횡단~군북면 하림리 하림마을 버스정류소(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된다. 9.1㎞ 걷는데 4시간 40분이 걸렸다.

■암반과 솔숲을 넘나드는 재미가

지곡 버스정류소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왼쪽에 지곡동회관이 보인다. 화려하지도, 허술하지도 않게, 딱 예스러운 정감을 느낄 만하게끔 쌓은 마을 돌담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석축 옆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서 입산.

약수터를 만났는데, 뒤로 돌탑 4기가 서 있다. 100m쯤 걸어 오르니 다시 돌탑군이다. 무려 9기. 워낙 정교하게 쌓아 추가로 돌을 얹을 수가 없을 정도다. 누가 어떤 염원을 담아 조성했을 지 궁금했다.

석탑을 지나 5분 만에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도솔암이지만 오른쪽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1시간여 만에 방어산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의 암반에 서면 도도한 남강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지리산 방면은 휑하니 뚫려 있지만, 날이 흐려 천왕봉은 그저 아득할 뿐이다.

정상 아래에는 마당바위로 불리는 집채만큼 널찍한 바위가 있어서 사진 찍기에 좋다. 다만, 오늘의 행선은 괘방산 방향이라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왔다.

다음 목적지는 마애불. 주능선에서 왼쪽 아래로 빠져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오는 식이다. 굳이 마애불을 들르지 않겠다면 그대로 능선길로 직진하면 될 일. 이정표를 세 개 거친 뒤 가파른 돌계단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석벽을 만난다. 7푼 능선이 이렇게 아늑할 수 있다니! 화강암도 아닌 퇴적암에 새긴 마애불은 1천400년이 넘었지만 옷깃과 발가락이 선명하다. 마애불 옆에는 최근 조성된 비로자나불상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앉아 있다.

주능선으로 합류하려면 고생을 좀 해야 된다. 길이 벌떡 일어선 듯 가팔라서다. 헉헉거리다 누군가 한마디 내뱉었다. "아, 정말 고바위네!" 근데, 이 '고바위'는 쓰지 말아야 할 일본말의 잔재다. 구배(勾配)를 일본어로 읽은 '고바이'에서 온 것이다. 같은 뜻의 우리말 가풀막이나 된비알보다 일상에서 훨씬 쉽게 튀어나오는 게 문제다!

땀을 뻘뻘 흘린 대가일까. 능선에 합류하자 울창한 솔숲 터널이 펼쳐진다. 가지치기도 잘 되어 있고, 잡목을 쳐낸 덕분에 소나무들이 훤칠하게 잘 컸다. 안내리본을 매달 곳이 없을 정도로 숲이 깔끔하다! 나무들 사이로 피톤치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괘방산 쪽으로 직진해서 가다 지능선으로 빠져 내려가면 된다. 조망바위를 만났다. 멀리 삐죽삐죽 튀어 나온 게 방어산 정상 암릉인데, 그곳에 농성전을 펼쳤다면 과연 난공불락이었으리라. 504봉에서 삼거리 이정표를 만났다. 오던 길은 방어산, 오른쪽은 괘방산. 직진은 군북 하림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괘방산 쪽으로 가면 종주가 될 텐데 우리는 하림 쪽으로 가는 지능선을 타야 한다.

5분쯤 내려가자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땅에서 불쑥 솟았는지 모를 거대한 바위와 맞닥뜨렸다. '마당바위'다. 퇴적암이 이렇게 벼랑처럼 툭 튀어나온 게 신기하다. 올라서면 아찔한 고도감과 함께 함안의 비옥한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후 하산길은 간명하다. 임도를 만나면 바로 횡단해 지능선을 계속 타면 된다.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만나면 산길이 끝난다. 왼쪽으로 저수지를 둔 채 하림마을을 관통한 뒤 정자와 누각을 지나 버스정류소까지 1㎞ 남짓 걸으면 산행이 마무리된다. 날머리인 하림 정류소는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앞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함안 방어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함안 방어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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