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몬스터가 산다]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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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길이 1m를 웃도는 '몬스터' 메기들이 잇따라 잡히고 있다. 사진은 2년 전 루어 낚시인 박성준 씨가 대구 화원유원지 인근 낙동강에서 릴에 물을 뿌려가며 30분을 버틴 끝에 잡은 1.28m 길이의 메기. 낚시로 잡은 메기 중에서는 국내 최대어로 알려졌다. 박성준 씨 제공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듣던 옛날이야기가 있습니다.

'낙동강 새랑바위에 가면 '오미거지(오메기)'라는 영물이 사는데 눈에서 파란 불빛이 나오고, 꼬리를 한 번 치면 배가 일렁거리지. 입은 사람 몸통보다 더 커 염소를 한입에 꿀꺽 삼키고 너만 한 아이도 잡아 먹는다.'

어릴 때 깊은 강물을 보면 오메기 때문에 늘 겁이 나곤 했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서 오메기는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메기' 이야기가 인도에도 있었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 애니멀 플래닛(Animal Planet)은 인도의 거대 메기 '군츠(Goonch)'를 소개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어른 키보다 더 큰 군츠에 희생 당한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군츠를 두려워해 신으로 모시기도 한답니다.

경남 양산시 원동 가야진사는 옛날 가야 사람들이 낙동강 용왕께 제를 지내던 곳인데 돼지를 통째로 제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용왕은 오메기일까요? 이런 전설의 몬스터 물고기가 낙동강에 실제로 살고 있었습니다. 진짜로.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물고기를 잡는 이용재 삼랑진 어촌계장은 지난해 12월 낙동철교 인근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1.2m, 무게 32㎏의 '몬스터 메기'를 잡았습니다. 바로 그 전설의 오메기입니다.

지난 2012년 4월 15일에는 대구 화원 낙동강 사문진교 인근에서 루어낚시인 박성준 씨에게 길이 1.28m, 무게 18㎏의 초대형 메기가 잡혔습니다. 낚시로 잡은 최대어라고 합니다. 지난 2009년에는 남지철교 아래에서 현지 어부가 1.19m에 19㎏이나 나가는 대형 메기를 그물로 잡기도 했습니다.

낙동강뿐 아닙니다. 금강에서는 4대강 사업이 끝난 지난 2012년 10월 떼죽음 당한 물고기와 함께 비공인 최고 기록인 1.37m 크기의 죽은 대형 메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한 관리 낚시터에서도 지난 2009년 4월 1.32m짜리 메기가 잡혔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메기는 생육환경 조건만 좋으면 1m 이상의 대형어로 성장할 수도 있다"며 "유럽산 대형 메기 가운데 2~3m 크기에 300㎏에 육박하는 것이 있는데 한국 메기와 같은 종"이라고 말했습니다. 토종 메기도 10년 이상 조건이 좋은 곳에서 성장한다면 얼마든지 대형 개체로 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오메기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전남 구례 섬진강어류생태관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1m 정도의 대형 메기가 있습니다. 어류생태관 최낙현 박사는 "지난 2010년 전남 함평의 한 저수지에서 물이 말라 발견된 이 메기가 메기목 메깃과 토종 메기(Far eastern catfish)"라고 말했습니다.

살아 있는 몬스터 메기 최대어는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있습니다. 루어낚시인이 지난 2008년 한강에서 잡은 110㎝ 크기의 대형 메기를 기증했습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오태엽 어류팀장은 "'대왕 메기'는 30㎝나 되는 배스를 하루에 3마리씩 잡아먹는다"며 "현재 6년째 '댐'수조에서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미꾸라지, 오징어, 대구살 등을 먹어 지금은 117㎝로 자랐다"고 근황을 알렸습니다.

큰 강은 큰 물고기를 기릅니다. 사람들의 편익을 위해 댐과 보로 강이 잘려 물고기들의 살림이 예전만 못하지만, 살아 있는 '낙동강 몬스터' 오메기 전설은 여전히 신비롭습니다. 전설은 유지되어야겠죠.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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