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87. 영화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엔니오 모리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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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의 대표작인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앨범 표지 사진. 김정범 제공

영화를 온전히 관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장에 가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비디오 테잎이라는 매체가 있었지만, 지금의 디브이디나 블루 레이의 시대와 비교해본다면 영상도 음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낙후되었고 홈 씨어터와 같은 가정에서 감상하는 영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던가요. 처음으로 집에 '비디오'라고 불리는 기계가 놓였을 때의 경이로움은 이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신기했거든요. VHS시대의 무수히 많은 비디오 대여가게들이 성행하기 훨씬 이전이어서 불법으로 복제한 영화나 극장안에서 캠코더로 직접 찍어서 녹화한 테이프들을 가방 한가득 담은 아저씨가 이곳저곳을 방문하여 정기적으로 영화를 대여해주고는 했어요. 이후 VHS 방식과 함께 비디오는 사람들에게 아주 대중적인 매체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웅장한 스피커로 감동 선사


동네에는 한때 지금의 마트나 편의점처럼 몇 집 건너 하나쯤은 전문 비디오 렌탈 가게가 성행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동네 비디오 가게들이 지금의 영화키즈와 마니아들을 만들어낸 가장 시초이자 원동력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저 역시 동네 비디오 가게들을 정말 오랜 세월동안 들락날락 거렸던 매니아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헐리우드 개봉 화제작들을 매번 극장에서 몇 시간을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도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영화를 비디오로 접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극장에서 보는 영화관람의 즐거움은 그래도 다른 것과는 견줄 수 없었을 텐데요. 대형화면이 주는 그 압도감은 마치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다 오래간만에 넓은 해변이 있는 바닷가로 여행을 간 것 같은 항상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이런 시각적인 기쁨을 즐기던 저의 어릴 적 영화관람 습관이 어느 순간 청각적인 소리와 음악의 감동에까지 눈을 뜨게 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이는 영상이 아니라 웅장한 스피커로 들려주는 소리의 거대함과 음악의 멜로디로 가슴 시리게 뭉클했던 경험을 했던 것이죠. 극장을 나서고도 오랫동안 그 멜로디의 감동이 머리 속에서 맴돌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그런 경험인데요.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누가 이 음악을 만들었을까하고 궁금해졌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은 1984년작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많은 분량이 삭제되어 이후에 원래 상영본과 다양한 버전들을 몇번이고 다시 찾아보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언제 보아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이 아름다운 곡들은 들을 때마다 코끌을 시큰하게 하곤 합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는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음악가일텐데요. 관객과 영상을 압도하는 힘 탓에 지금 성인이 된 저는 그가 영화음악가로서 항상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음악은 담담히 영상을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최고의 작곡가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영화라는 매체를 떠나서 이런 감동적인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오늘도 글을 쓰며 또 한 번 그의 음악에 코끝이 아련해집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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