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살리는 악역들의 '카리스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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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정보석. 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드라마 속 악역들은 존재 자체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 전작에서 보인 배역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올 때, 그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2013년)에서 국숫집 맏사위로 중년의 풋풋한 로맨스 주인공이었던 정보석. 역시 같은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지질한 사위 역할을 했던 남자 최원영. 그리고 중년 배우 전국환. 이들이 빚어내는 미친 존재감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골든크로스' 서동하 역의 정보석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 2회(10일 방송)에서는 서동하(정보석)가 자신의 애인이 된 강하윤(서민지)이 한민은행 팀장 강주완(이대연)의 딸임을 알게 되면서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은폐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 과정에서 정보석의 소름 끼치는 악인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KBS '골든 크로스' 정보석
자상한 아버지·섬뜩한 악마 연기

SBS '쓰리데이즈' 최원영
소름 돋는 싸이코패스 역 실감 나

MBC '기황후' 전국환
극악무도한 권력자 완벽 소화


정보석은 꽃다발을 들고 하윤을 만나러 왔다가 그의 아빠가 강주완인 걸 알고 순식간에 살기 띈 눈빛으로 변했다. 그가 장인에게 무시당하는 장면의 표정과 꽃다발을 들고 하윤을 찾아와 행복해하던 모습에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은 미세한 입술 떨림까지 표현하는 등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정보석은 자상한 아버지와 악마 두 가지 전혀 다른 얼굴로 연기하고 있어 더욱 섬뜩하다. 정보석은 촬영이 시작되면 살기 가득한 눈빛의 '서동하'였다가도, 카메라가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보석' 본연으로 돌아가 천진난만한 매력으로 웃음 넘치는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쓰리데이즈' 김도진 역의 최원영

최원영 역시 실감 나는 악역으로 '국민 악의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원영은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양진리 사건의 주범이자 이동휘 대통령(손현주 분)을 궁지에 몰아넣는 재신텔레콤 회장 김도진 역을 맡고 있다. 

'쓰리데이즈' 최원영. 골든썸픽쳐스 제공
최원영은 싸이코패스 연기로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고 있다. '쓰리데이즈'의 전작인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이 소시오패스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면, 최원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패스 연기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양진리 사건을 일으키며 아무렇지 않게 민간인을 학살하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이들을 모조리 처단하지만,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며 그의 악마성을 감춘다. 궁지에 몰린 한태경에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그냥 보내드릴게요"라며 비릿하게 웃는 장면은 김도진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제작사 골든썸픽쳐스 측은 "촬영이 시작되면 최원영 곁에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다. 얼마 전 결혼한 새신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김도진이라는 인물에 몰입해있다"고 칭찬했다.


■'기황후' 연철 역의 전국환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대승상 연철로 분해 열연한 전국환. 지난 3월 11일 극 중 죽음을 맞이하며 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했지만, 그의 소름 끼치는 눈빛은 여전히 드라마 속에 살아 있는 듯하다.

'기황후' 전국환. MBC 제공
연철은 '기황후'에서 핵심적인 악역이었다. 어두운 욕심으로 가득 찬 연철의 존재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극을 이끌어왔다. 전국환은 원나라 최고 권신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극악무도한 연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철은 다른 인물과 끊임없이 대립관계를 이어가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을 조성,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국환은 극에 등장하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게 했다. 그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아도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전국환의 연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났다. 연철은 마지막 방송에서 "기씨년을 멀리하라"고 승냥을 저주하며 눈을 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리스마를 내뿜은 전국환의 연기에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졌다.

드라마 관계자는 "전국환 선생님이었기에 연철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춘우 선임기자 bomb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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