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의 광장&골목] <35>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리 파머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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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필수, 셰프의 요리교실 더한 '착한 시장'

시장 뒤쪽으로 금문교가 바라 보이는 페리 파머스 마켓에서는 늘 신선한 유기농 제품이 진열되고 있다. 또 요일에 따라 농장 투어, 쿠킹 클래스, 와인 테이스팅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페리 파머스 마켓 홈페이지 발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높이 솟은 하얀 시계탑의 페리 빌딩이 멀리서도 잘 보였다. 이곳은 원래 페리 선착장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음식 보고인 페리 파머스 마켓으로 더 유명하다.


■퇴물 취급 받은 선착장의 대변신

페리 파머스 마켓은 늘 그렇지만 떠들썩하다. 농부는 농부대로, 구경꾼은 구경꾼대로 즐겁다. 표정이 모두 밝다. 좋은 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아름다운 미소가 있으니 당연한 일일 테다.

마켓이 위치한 페리 선착장은 1875년 조성됐다. 그러나 1937년 금문교의 건설로 퇴물 취급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페리 빌딩 앞으로 고속도로까지 생겨 페리의 인기는 더 시들해졌다. 심지어 페리를 탈 일이 없어졌다. 철거설까지 떠돌던 페리 선착장이 재생의 기회를 잡은 것은 묘하게도 1989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였다. 고속도로가 무너지면서 시민들은 페리와 선착장에 대해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고민의 결과가 지금의 페리 파머스 마켓이다. 지금 이곳은 시장인 동시에 관광자원이다. 

하얀 시계탑이 높이 솟은 페리 파머스 마켓 전경.
지난 1999년 재개발된 마켓은 리모델링 공사가 4년이나 걸렸다. 각 건물의 오랜 전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마켓 관계자는 말했다. 마켓 중앙홀의 바닥 타일을 복원하는 데도 5명의 기술자가 꼬박 1년 동안 작업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바닥의 타일도 왠지 달라보였다. 타일 한 장까지도 지키려는 시민들의 애향 정신이 느껴졌다.


■유기농이 아니면 판매할 수 없어

시장은 깔끔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통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통로를 따라 빵집, 주방용품점, 치즈 전문점 등 45개의 상점이 줄을 지었다. 그중 핵심은 역시 주 3일 동안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었다. 엄선된 농산물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한데, 무려 160개 이상의 농가가 참여한다고 했다. 쇠고기, 닭고기, 달걀 등을 모두 자연 방목으로 키웠고 일체의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기농 농장 인증은 필수다.

요일마다 주제를 달리하며 시장을 여는데, 세상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목요일 마켓이 가장 인기가 있다. 이날은 시장 내의 100여 곳 식당이 모두 문을 연다. 질 좋은 장작으로 불을 지펴 만든 화덕피자와 파스타, 멕시코 타코 등 국적을 초월한 음식도 많다. 그중 원 마켓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데이비드 베컴 축구선수 부부가 다녀갔을 정도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최고의 셰프들이 벌이는 요리교실

토요일에는 시장 뒤 광장까지 사용한다. 그만큼 규모가 커진다는 얘기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미슐랭 셰프들이 출연해 요리교실을 여는데, 이들의 강좌를 듣기 위해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유기농 제품만을 판매하는 유명 농장주가 출연해 씨를 뿌리는 과정에서 출하할 때까지를 모두 설명하는 강좌도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농장 투어 프로그램, 쿠킹 클래스, 와인 테이스팅, 요리도구 사용법 강좌 등도 있다. 이런 강좌는 모두 무료이거나 최소한의 참가비를 받으며 거의 1년 내내 운영된다. 시장은 음식과 농업을 주제로 한 포럼도 자주 연다. 포럼에서 나온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시장 운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해가 질 무렵 시장 주변은 농산물을 사기 위해 찾은 고객들 외에도 관광 페리 선을 타기 위한 관광객, 선착장을 서성거리는 연인들로 가득 찬다. 페리가 더 이상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관광 상품으로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쓸모가 없어진 페리 선착장이 시장과 결합하면서 더 큰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학생들이 재배해 직접 판매하는 시장

시장은 살아있는 학교다. 도매와 소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교육장소다. 이런 멋진 학교가 페리 파머스 마켓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재배된 각종 농산물과 채소를 학생들이 페리 마켓에 와서 직접 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은 농부들과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마케팅, 고객 서비스, 시장 경제 등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아이들은 시장에서의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또다른 단골로 성장한다. 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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