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미래를 보다](1)워싱턴포스트 편집장 마틴 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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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주도권 쥐려면 지금 변해야 한다"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텍사스트리뷴 에반 스미스 대표와 대담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마틴 배런 편집장(사진 오른쪽). 텍사스대 나이트센터 제공

표정은 한없이 무겁고 진지했으며, 무엇을 그리 골똘히도 생각하는지 눈길은 늘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텍사스대의 블랜턴 뮤지엄 카페테리아. 그 남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을 짐들을 이래저래 가늠해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름은 마틴 배런(Martin Baron·59). 미국의 심장 워싱턴에서 1877년 창간된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온, 바로 그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장이란 직함을 지난해 1월부터 명함에 새기고 있는 이다. 1976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 유력 신문에서 경력을 쌓았고, 12년간 몸담았던 보스턴글로브에서는 퓰리처상을 6차례나 이끌어 낸 그의 원동력이 뭔지 무척 궁금했다.

텍사스대 저널리즘스쿨이 주최한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 2014' 현장, 40여 개국 주요 미디어와 연구기관에서 온 400여 명 앞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그를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마주했다.

"벤처나 실험을 통한 뉴스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바일 저널리즘 생태계에 적응하는 것이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탄탄한 기본기와 '진짜 기자 정신'을 가진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면서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디지털 주도권'을 쥘 수 없어요." 역시 그에게도 '온라인'이 화두였다.

사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적인 '관심 언론'이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립자인 마크 베조스가 경영 위기에 빠진 워싱턴포스트를 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상업화 우려에 대해 그는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는 이전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 변화하도록 신속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뉴스 사이트도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로 계속 변하고 있다. 베조스는 편집국에는 나타나지 않고, 워싱턴포스트의 성장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대담을 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마틴 배런 편집장과 텍사스트리뷴 에반 스미스 대표. 박세익 기자


배런 편집장은 현재의 저널리즘, 즉 언론 환경이 '긍정적'이라 진단했다. 그 근거로, 가장 먼저 디지털 미디어의 물결에 흔들렸던 정통 저널리즘이 다시 강한 생명력을 갖추고 돌아왔다는 점을 꼽았다. "신문이 몰락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론지는 여전히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어떤 매체 환경이든 '가치 있는 저널리즘'을 실현하면 통할 수밖에 없지요. 워싱턴포스트에는 저널리즘의 세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공정하고 정확하고 진실된 보도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으로서의 저널리즘'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워싱턴포스트는 예산의 10%를 새로운 디지털 실험에 배정했다. 기존 뉴스를 재가공해 서비스하는 '모닝 믹스(Morning Mix)'라는 실험(벤처)을 시작했고, 모바일·디지털 뉴스에 적합한 기사를 기자들이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콘텐츠가 쌓이고 조회 수가 늘면서 수입이 덩달아 오르는 상징적인 선순환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뉴스와 독자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해 현장에 활용하는 '미디어랩'을 신설했고, 여러 신문사와 협업해 비교형 맞춤 뉴스를 전하는 벤처 '퍼스널 포스트(Personal Post)'도 만들었다. 6개 광역도시 신문사와 손을 잡고 인터넷상에서 기사와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 무료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해 독자를 끌어들이고 영향력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ISOJ)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카페테리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마틴 배런 편집장. 박세익 기자


"지역신문은 독자 곁에서 커뮤니티 이야기하는
전국지와 차별화된 저널리즘 추구해야"


디지털로 변한 세상에서 전통적인 지역 신문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 그는 "매달 뉴스 사이트에 미국 최대 규모인 3천만 명이 방문하는 워싱턴포스트는 영상과 사진, 디지털 후반 작업까지 가능한 모바일 세대인 젊은 기자들에게 투자하고 그들을 훈련시킨다.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도록 편집국을 디지털 체제로 전환하고 있어서 10년 후 워싱턴포스트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며 "희망과 재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기자를 비롯해 인포그래픽, 웹디자이너, 포토에디터 등을 충원했고, 디지털에만 집중할 '모바일 저널리스트' 30~40명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지역 신문은 과거의 권위보다는 독자의 곁에서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국지와 차별화된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기자들도 기사와 사진은 물론 영상,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언어와 형태로 콘텐츠를 쏟아낸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 이미 온 것이다. 배런 편집장의 기조연설을 비롯해 지난 4~5일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의 동영상과 자료들은 ISOJ 홈페이지(online.journalism.utexas.edu)에서 접할 수 있다.

미국 오스틴=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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