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요양원 치매노인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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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조절 장애' 끔찍한 사고 또 날 수 있다

지난 5일 부산 부산진구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70대 여성 치매환자 피살사건'은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치매환자가 범인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치매환자의 폭력성이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치매 및 범죄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치매환자의 살인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처벌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치매환자의 공격성은?=부산진경찰서는 15일 살인 혐의 피의자 최 모(70·여)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 씨가 숨진 치매환자 강 모(71·여) 씨 배 위에 앉아 목을 졸랐다는 요양보호사의 진술, 강 씨의 목과 환자복 등에서 최 씨의 피부세포와 침 및 혈흔이 검출된 점 등을 살인 혐의 적용의 이유로 제시했다.

치매환자 폭력성
범죄 전문가 관심 부상
격리 수용 문제는
제도 전반 고려돼야

재판 과정·결과 주목
정신감정 영향 미칠 듯


최 씨는 부산의료원 등에서 치매등급을 받고 지난 2월께 부산진구의 A 요양원에 입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평소에도 지팡이를 들고 병실 바닥과 창문을 치는 폭력 성향의 행동을 보였다.

치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치매증세가 악화되면 인지 저하와 충동조절 장애, 언어·신체의 공격성 및 폭력성이 나타난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치매환자의 약 70~95%가 이런 행동·정신 증상을 경험한다는 연구도 있다.

부산시치매센터 박경원(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 센터장은 "치매환자에 대해 행동심리증상 등을 검사하면 고위험군 치매환자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공격·폭력 성향이 조절되지 않은 치매환자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 성향이 있는 치매환자의 분리수용 문제는 의료적 관점이나 국민건강보험제도 등 전반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씨 사법처리는?= 하지만 경찰은 최 씨가 어떤 동기로 강 씨를 목 졸라 숨지게 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가족, 자신의 과거 경험에 대해서는 최 씨가 말을 하지만, 살인 정황에 대해선 전혀 기억이 없거나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신문에 참가한 이창숙(마음과마음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범죄상담심리사는 "최 씨의 정신 상태를 정확히 감정하기 위해 장시간에 거친 전문가의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최 씨의 정신감정은 검찰 기소나 법원 재판 과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최 씨는 치매전문병원이나 공주치료감호소에서 감정 받게 된다. 감정 결과, 최 씨의 상태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나오면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60대 치매환자에게 징역 5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치매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동의대 박철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매환자는 살인 등 충격적인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기억이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고의적 살인을 입증하기 어려워 폭행치사 혐의로 바뀌고, 무죄가 되거나 형이 감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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