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랑방] 졸피뎀은 향정신성 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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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피곤한 표정의 20대 중반 여성이 처방전을 내밀었다. 졸피뎀(성분명)을 달라는 것이다. 졸피뎀은 일종의 불면증치료제다. 성인의 경우 1일 1회 1정(10㎎)이 권장량이다. 매일 복용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만 한 알씩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여성이 내민 처방전에는 한꺼번에 60정이 처방돼 있었다. 거기다 그 여성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처방전 2장도 함께 제시했는데, 역시 60정씩 처방돼 있었다. 무려 180정의 졸피뎀을 한꺼번에 달라는 것이다.

졸피뎀은 사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약이 아니다.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약국에서 조제 받을 수 있는, 즉 전문의약품이다. 그렇게 분류해 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오남용할 경우 중독성, 의존성, 습관성을 불러와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지난 2000년 7월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의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아예 '마약류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다.

졸피뎀도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환각,섬망,자살충동등)이 우려된다. 의사들도 이런 향정신성의약품이 질환의 근본 치료제가 아닌 대증요법이며,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처방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몇 년 전 프로포폴 주사로 유명(?)해진 한 연예인이 최근 졸피뎀 과량 복용으로 다시 한 번 주목 받았다. 그 이유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데, 단순히 불면증 치료가 아니라 마약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졸피뎀을 한꺼번에 과량 복용할 경우 환각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그 연예인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예로 든 20대 여성의 경우도 불면증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졸피뎀을 대량 구입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실제 시중에는 약국이 아닌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우려할 만한 상황이고, 그래서 더욱 더 약의 처방과 조제를 담당하는 의사와 약사의 높은 윤리 의식이 요구된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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