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되는 약 이야기] 약이 성 기능 장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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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이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해피 드럭(happy drug·질병은 아니지만 인간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증상을 개선하는 약)' 처방을 받아 왔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말함이다. 처방약을 조제해 복용법을 설명하니 "저번에 준 그 약 가짜 아니냐"며 "잘 듣지 않으니 이번엔 다른 걸로 달라"고 했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발기부전치료제만큼이나 오해가 많은 약도 드물다. 가장 흔한 오해가 바로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약이라고 오인하는 것이다. 시중의 발기부전치료제는 음경 해면체에 공급된 혈액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서 발기를 유지시켜 주는 약물이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약은 아니다.

혹시, 혈압약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먹고 있다 했다. 혈압약 처방전을 가지고 있냐고 하니 처방전을 보여주었다. 혈압 조절을 위해 먹는 이뇨제 성분이 보였다. 발기부전치료제가 잘 안 듣는다면 따로 먹는 약의 이뇨제 성분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남성에게 "이뇨제는 장기 복용하면 성 기능을 떨어지게 할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한 의사와 의논해 보라"고 권했다.

며칠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약을 이틀씩 먹었다 안 먹었다 해보니 확실히 차이가 나던데요." 깜짝 놀랐다. "네? 본인 마음대로 약을 조절하면 안돼요. 의사와 의논해서 결정하셔야 해요."

발기부전의 원인은 크게 심리적인 것과 기질적인 것으로 나뉘지만, 이렇게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것도 있다. 이렇게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는 쉽게 복용하는 감기약에서부터 수면제, 이뇨제, 위장약, 항고혈압 약물, 면역억제제, 항암제, 파킨슨씨병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탈모 치료제,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다양하다.

물론 이런 약물을 복용한다고 모두가 다 성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임포텐스학회지는 지금까지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316가지 약품들의 목록을 발표했다.

성 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약 25%가 이러한 약물 남용에 의한 것으로 보고 된다고 한다. 발기부전이나 성욕감퇴와 같은 성 기능 장애가 생기는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성 기능의 이상을 느낄 때는 우선 내가 먹고 있는 약부터 의심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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