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비극의 땅에 교육으로 희망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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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 / 나카지 후키코

저자의 노력으로 설립된 '우무초 뮈자 초등학교'. 꿈교출판사 제공

지난 6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제노사이드로 기록된 '르완다 대학살'이 발발한 지 20주년 되는 날이었다.

1994년 4월 6일, 후투족 출신의 르완다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기도 전에 이를 투치족의 소행이라 여긴 후투족 세력이 투치족을 무차별 공격했다. 그 해 7월 18일까지 100일 동안 당시 르완다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8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후 후투족과 투치족은 긴 내전을 치렀다. 2001년 대통령 선거로 뽑힌 투치족 출신 카가메 정부의 봉합 정책으로 내전은 잦아들었지만, 학살과 보복의 악순환이 남긴 르완다 민족의 상처는 아직도 낫지 않았다.

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 / 나카지 후키코
'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은 20년 전 르완다 대학살에서 살아 남아 내전의 땅에서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대학살이 벌어진 당시 주인공인 마리 루이즈는 우연한 계기로 일본으로 가 양재기술을 배우고 르완다로 갓 돌아온 양재학교의 선생님이었다. 루이즈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과 평범하고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느닷없이 닥쳐온 대학살의 비극은 루이즈의 가족을 고행의 피난길로 내몰았다. 멀고 먼 콩고민주공화국을 향해 피난을 나섰지만, 마을 곳곳에 세워진 검문소를 피해 숨어 다녀야 했다. 가는 길 곳곳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이 이웃을 죽이고, 어린 소년병들이 함께 살던 마을 노인들을 죽였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마저 앗아가 버렸다.

루이즈 가족은 고생 끝에 난민촌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환경, 부족한 물자, 밤마다 들려오는 포성에 시달렸다. 루이즈에게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왔다. 긴급지원 활동을 나온 일본 AMDA(아시아 의사 연락 협의회)의 통역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일본 유학을 통해 일본어를 익힌 덕분이었다. 루이즈는 누군가를 돕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전염병에 걸린 두 딸의 생명도 구했다.

루이스는 이러한 행운이 모두 자신이 교육을 받은 덕분이라고 여겼다. 그는 황폐해진 조국 르완다에 희망을 심는 길도 교육뿐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일본에서 '르완다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학교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였다. 2000년 루이스의 바람은 열매를 거뒀다. 르완다 키갈리에 '우무초 뮈자 학교'가 세워졌다. 어린 시절 루이스처럼 258명의 어린이가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워 가고 있다. 루이스의 실천적인 삶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교육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초등 3~4학년용. 나카지 후키코 지음/황진희 옮김/꿈교출판사/32쪽/1만 4천800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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