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버리니 육아가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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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 크리스틴 그로스-노

저자인 크리스틴 그로스-노와 네 아이들. 저자는 여러 문화권에서 네 아이를 키우며 각 문화가 가진 전통적 양육 방식의 장점을 깨닫는다. 부키 제공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할 때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무거워진 몸이 불편해 "얼른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던 내게 선배의 말은 당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나 역시 임신을 한 후배에게 똑같은 충고를 해주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의 험난한 육아 전쟁은 시작된다. 육아 서적을 탐독하며 엄마들은 어떤 방법이 좋은건지 고민에 빠진다. 주변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아이를 소신껏 키우자 마음먹지만 하나뿐인 자식을 두고 '쿨'해지기란 절대 쉽지 않다.

재미교포 2세로 하버드 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대인 남편과 결혼해 4남매를 키우고 있는 크리스틴 그로스-노. 그녀가 다양한 문화에서 10년간 아이를 키우며 자신이 배우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냈다.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은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부모가 자신을 키운 방법을 떠올리고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란 그녀가 유대인 남편과 여러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경험담과 그들에게서 배운 지혜로운 육아법을 담고 있다.

유대인 남편과 결혼한 재미교포 2세
18개국 엄마들의 전통 육아법 소개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 크리스틴 그로스-노
저자는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절대 용납되지 않는 육아 방법도, 그 나라에 살아보니 이해가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아기 때부터 따로 재우는 것이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혼자 놀이터에 두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선 완전히 반대였다. 부모와 아이가 한 침대에서 자고 아이가 혼자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도 목격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놀랐지만, 일본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며 아이와 한 침대에 자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혼자서도 놀이 방법을 찾고 잘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각 나라의 엄마들이 행하는 육아법을 통해 균형있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본,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세계 18개 육아 선진국 엄마들을 만나며 그들에게서 배운 육아 방법은 아주 흥미롭다.

저자는 각 나라의 토양에 맞게 이루어진 전통적 양육법이 무시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서구의 양육법, 선진국의 양육법을 좇는 현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양육을 '절대 실패해선 안 되는 경쟁'으로 인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아이에게 최소한의 기준만 주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크리스틴 그로스-노 지음/김수민 옮김/부키/448쪽/ 1만 5천 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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