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블부블-부산블로그] 현대·고전 '히어로 무비'-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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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스토리에 '비장의 무기'도 한 방 없다니…

헤라클레스:레전드 비긴즈.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존 맥티어난과 레니 할린 감독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적어도 90년대까지 만든 영화는 말이죠. 특히 레니 할린은 '나이트메어4'를 통해 기막힌 재능을 선보였고 이후 그가 만든 작품 '딥블루씨'나 '드리븐'은 저평가 받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망작도 많았지만 작품 운이 없어서 그렇지 능력은 충분하다고 항상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의 재기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감독보다 뻔한 각본이 패착
사극 매뉴얼 보고 따라한 듯
관객에게 감흥 주지 못해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정말 아니네요. 하필 '폼페이'와 '300-제국의 부활' 뒤에 국내 개봉을 하는 관계로 더욱 '마이너스'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과연 이런 스토리를 누가 쓴 것인지 그리고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은 누구였는지가 정말 궁금하네요.

사실상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 보면 무난한 작품입니다. 지루하진 않지요. 따지고 보면 이 영화의 패착은 감독이 아니라 너무 뻔한 각본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액션의 스타일이나 장면 구성은 나쁘지 않았고 다소 '300'의 몇몇 장면이 떠오르는 장면들은 창의적이지 못했지만 뭐 눈감아줄 순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해묵은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익숙한 스토리 전개에 하품이 나올 지경이네요. 제우스의 아들인 것을 모르던 헤라클레스가 아버지와 형의 미움을 받아 전쟁터로 내몰리고 죽음의 위협을 겪었다가 노예 검투사로 발탁된 뒤 능력을 드러내며 다시 그리스로 입성하여 지원군을 규합합니다. 그러고는 아버지 일당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폼페이'에서 익히 봐온 사랑이 뒤섞여 있고, 나라를 구하는 것보다 사랑이 우선인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젠 노예 검투사들의 액션 장면은 싫증이 나서 보기가 좀 그렇더군요.

사랑도 신파에 가깝고, 워낙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많이 등장했던 설정과 스토리가 전혀 관객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런 해묵은 캐릭터와 소재를 가져왔을 때는 뭔가 비장의 무기 정도는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개성이 없는 작품이더군요. 주연을 맡은 켈란 루츠는 남자 관객이 보나 여자 관객이 보나 그리 끌리는 느낌의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3D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헤라클레스라는 익숙한 캐릭터는 영화 전체마저도 익숙하게 만들어 버렸고 연출 기회를 쉽게 얻지 못했던 레니 할린은 그의 경력에 또다시 오점을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앞선 '폼페이'의 경우 재난 영화라는 특수 소재가 있었고, '300'은 확실한 스타일이라도 있어서 나름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이에 비해 이 영화는 배우부터 연출, 각본과 스타일까지 모두 별다른 변별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신화를 보는 즐거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젠 데미갓 영웅도 조금씩 물리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이 영화는 마치 액션 사극을 만드는 방법을 기술해 놓은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만든 작품 같습니다. 가장 통상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는 액션 사극 말이죠.



최승호
(비됴알바) 

영화가 해치워야 할 숙제로
비쳐진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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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hanyu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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