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48> 창원 인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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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럭바위 위에 서서 남해바다를 한껏 품었다

창원 인성산 능선에는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바위들이 널렸다. 정상에서 내려오자 온천단지로 유명한 양촌마을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정면 멀리 삐죽삐죽 솟은 암봉이 적석산 정상이다.

입구 표석은 물론이고 산행 내내 단 한 번의 거리나 방향 이정표를 만나지 못했다. 갈림길에서조차 안내판이 없었다. 많은 산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개척산행도 아닌데! 산꾼들이 남긴 족적, 간간이 나부끼는 리본을 길동무 삼으면 완등에 무리가 없는 산이긴 했다. 그래도 참 드문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동네 뒷산 정도로 허투루 볼 산도 아니었다. 제법 날카로운 암릉 구간이 있어 호락호락하지도 않은데다 야트막하지 않아 발품을 제법 팔아야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시원한 남해바다를 조망하는 너럭바위가 지천에 깔렸고, 정상 주변에는 철쭉 군락이 터널로 장관을 이뤘다. 명산 반열에 끼이지는 못할지언정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정상 주변엔 철쭉 군락 터널 장관
마주한 적석산의 명성에 묻혔지만
알토란 같은 산행코스 숨어있어


창원 인성산(仁星山·644m)이 그 주인공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과 진북면에 걸쳐 있는데 웬만한 산꾼들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마주보고 있는 적석산(497m)의 유명함에 눌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연아의 그림자에 가린 아사다 마오처럼. 기억되지 않는 2등의 숙명이라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호젓하다"고 남겨두기엔 너무 아까운 매력 덩어리. 그 인성산을 올랐다.

■다양한 산행코스 가능

인성산은 어찌 보면 만만하거나 무덤덤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제 완등하고 나서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때론 거칠어서 긴장감을 놓칠 수 없고, 눈요기도 좋아서다. 그래서 묵혀진 게 안타깝다. 들고나는 길을 잘 잡으면 알토란 같은 산행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대중교통으로 접근해서 암릉을 밟는 재미와 남해바다를 조망하는 호사를 누리면서 반나절 이상을 걷는 것으로 코스를 짜 보았다. 원석을 잘 갈고 닦아 보석을 만드는 심정이었다.

진전면에 있는 '금암마을' 버스정류소가 들머리이자 날머리가 되는 원점회귀 코스다. 여항우체국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다 능선에 오른 뒤 암릉 구간과 조망바위들을 거쳐 인성산 정상~정상 표석~576봉~503봉을 거쳐 '금암마을'로 되돌아오는 일종의 종주 개념이다. 깊이 파인 U자, 혹은 말발굽 모양으로 능선을 빙 두르는데 11.6㎞ 5시간 24분이 걸렸다.

하지만 입맛에 따라 신축적인 산행이 가능한 것도 인성산의 강점이다. 시내버스가 금암마을~대정~양촌을 연결하고 있어서다. 하산 중에 갈라지는 지능선으로 이들 중 어느 곳이라도 내려 설 수 있다. 산행 후 피로를 말끔히 씻고 싶다면 온천단지가 있는 양촌 쪽으로 하산하면 될 일이고, 식육식당이 몰려 있는 대정으로 떨어지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암릉을 헤치고 남해바다 조망

산행의 기점인 금암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면 폐허가 된 옛 여항우체국 건물과 삼선려 누각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과거에는 누각 뒤 골목길로 능선에 올랐지만 지금은 누각 오른쪽 마을로 뻗은 반듯한 길을 따라가야 된다. 붉은색 새 여항우체국 건물을 바라보면서 걷다가 왼편에 전봇대를 보고 산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시간 만에 조망바위를 만나는데 한숨 돌리기에 딱 좋다. 방금 떠나온 우체국 건물이 홍일점으로 도드라져 보이고, 거쳐 온 능선길도 뚜렷하다.

마루금 곳곳에서 거대한 퇴적층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듯한 정연함이 언젠가 이곳이 바다였음을 묵묵히 웅변한다. 두 번째 조망바위 전후로 암릉 구간을 뚫어내는 잔재미를 느낄 만큼의 바위군을 맞닥뜨린다. 가팔라 줄을 잡고 오르게끔 해놓은 곳도 있다.

암릉 구간을 벗어나니 철쭉 군락이 이어진다. 꽤 길다. 꽃 터널을 이룬 곳까지 있다. 5월이 되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룰 터. 꽃 산행의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인성산 정상은 쓸쓸했다. 아무런 표지가 없어 모두들 그냥 지나쳐 갈 뿐이다. 탁 트인 조망을 누릴 만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일 텐데 근처 조망이 좋은 암릉에 정상 표석까지 빼앗겼다. 여기서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으로 빠지는 길이 나 있고 오른쪽으로 5분을 더 가면 정상 표석을 만난다.

표석이 설치된 곳은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 바위 등성이다. 부산의 가덕도부터 거제시 장목면까지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요즈음 미세먼지 때문에 웬만큼 운이 좋지 않고는 언감생심이다.

하산길에서 다시 조망바위에 섰다. 시원한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눈 아래로 창포만과 진동만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고성 백방산, 거류산은 희미하다.

576봉에 올랐다. 표석도 없고 이정표도 없다. 그저 Y자형 소나무 한 그루가 덩그렇게 맞아준다. 오른쪽 리본이 달려 있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조망하기 좋은 바위를 한 번 더 만난 뒤 나타나는 갈림길에서는 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 오른쪽 길을 피하고 직진해야 한다.

475봉에서도 아무런 길 안내가 없다. 갈림길에서 2시 방향으로 가야 대정으로 내려간다. 왼쪽은 양천 온천단지로 이어진다. 다시 아찔한 고도감이 느껴지는 조망바위에 섰다. 온천단지로 유명한 양촌마을이 코앞이다.

시선 정면으로 멀리 날카로운 산세를 자랑하고 있는 산이 적석산이다. 다시 이어지는 조망바위. 이번에는 처음으로 북쪽을 바라본다. 산행을 들머리부터 거쳐 온 산줄기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분묘를 거치면서 방목 흑염소 떼가 눈에 띄더니 이내 저수지로 떨어졌다. 밭뙈기들을 만나면서 산길이 끝났다. 논두렁과 농로를 헤쳐 가니 폐교된 진전중 여항분교다. 그 다음 대정교를 건너면 산행의 종점 '금암마을' 정류장에 이른다.

무사히 회귀 산행을 마쳤다. 휴~! 갈림길에서조차 안내표시가 없는 산이었는데 용케도 잘 헤쳐 왔다! 지도에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 '옥녀봉' '국사봉'으로 불리는 지점들이 있지만, 그 역시 표시가 없으니 그저 짐작만 하고 내려올 뿐이다.

연전에 있었던 일본 등산잡지의 설문조사가 문득 떠올랐다. "산에 지도와 나침반을 갖고 갑니까?" 일본 산악인 8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등산문화와의 차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산&산 취재팀은 항상 국립지리원 지도와 나침반을 대조하면서 길을 찾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낯선 산에서 용케도 능선을 찾아 하산하는 노하우가 지도에 다 들어 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 창원 인성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창원 인성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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