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독려 현수막 '합법과 불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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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앞 도로변에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이 내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전국에 걸쳐 실시되는 사전투표 등을 독려하는 각 선거 후보들의 현수막이 부산지역 곳곳에 내걸려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7일 오후 부산 사하구 도시철도 1호선 당리역 앞. 한쪽엔 모 시의원 예비후보의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맞은편엔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6·4 지방선거 첫 실시
사전투표제 홍보물 난립

중앙선관위 "합법" 해석
옥외광고물법상 불법

부산시 철거 결정했지만
정치적 민감성 탓 애로


내용은 동일했다.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가 가능하니 오는 5월 30~31일 사전투표에 참여하자는 내용이다.

두 현수막의 오른쪽 귀퉁이엔 각각 시의원 예비후보의 이름과 정당 색깔이, 교육감 예비후보의 이름이 표기돼 있었다.

이 같은 현수막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호, 선거구호, 공약 등 선거법에 저촉되는 내용만 들어가지 않으면 '투표 독려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는 해석을 하면서 확산됐다.

이미 부산·경남은 물론 서울·경기 지역에는 오는 6월 4일 투표나 5월 말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고, 전라도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4일부터 교차로 등 주요 지역에 현수막이 한두 개씩 내걸리기 시작해 주말과 휴일 사이 도심 곳곳에 부착됐다.

문제는 지방선거 투표 및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들의 대부분이 지정 게시대가 아닌 교차로, 도시철도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경쟁적으로 걸려있다는 것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지정 게시대(부산 522개)에 거는 현수막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불법 광고물로 분류돼 철거 대상이다. 선거법상 '합법'일지 몰라도 옥외광고물 관리법으로는 '불법'인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7일 긴급 회의를 갖고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린 사전투표 현수막 등에 대해서는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기초지자체들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7일 오전 다른 불법 광고물과 똑같이 철거하도록 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 지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부산 모 구청 불법광고물 철거 담당자는 "주말에 철거작업에 나섰다가 상업적인 다른 불법 현수막과 달리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은 손댈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해질 것 같아 그냥 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자체들은 평소에도 다른 불법 현수막들과 달리 정당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애를 먹어왔다. 지난해 7월 부산진구청이 안전행정부와 법제처에 질의해 '정당 현수막도 다른 광고 현수막과 똑같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유권해석을 받고서야 철거에 나섰을 정도다.

또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후보 개인의 선거활동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선관위 황성민 지도계장은 "현재까지 선거법상으로는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의 게시 개수에 제한이 없어 사전투표 현수막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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