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화장법과 피부 건강] 어른 흉내보다 올바른 세안이 예뻐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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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크림. 연예인들이 '생얼'이라며 보여줄 때 몰래 쓰는 화장품이다. 보통의 파운데이션보다 낮은 정도의 크림이라 화장한 듯, 안한 듯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틴트. 입술을 가볍게 물들이는 물감 같은 액체. 역시 크게 표나지 않게 화장할 때 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이 두 가지 화장품이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괜찮을까?

10대 화장 성인 피부노화 앞당겨
피지 배출 방해 여드름 악화하기도
진하고 과도한 색조 화장은 금물
친구 입소문보다 부모와 의논을

■"열에 일곱 여덟은 화장해요"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입술이 유독 빨간 아이들을 보게 된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얼굴에 뽀얀 분칠을 하고 몰려 다닌다. 화장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무슨 화장일까, 의아해 한다면 이미 세태를 한참 모르는 것이다. 여중생들에게 물어보면 "화장 안 하는 애들이 오히려 열에 둘, 셋 정도"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장이 크게 이상한 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얼굴을 씻은 후 피부 보호를 위해 스킨, 로션을 바르는 게 전부였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화장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비크림이나 틴트 정도는 기본이다. 마스카라나 색조화장도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이들의 무분별한 화장은 위험하다. 비교적 무난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비비크림도 아이들의 피부에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업체의 비비크림에 형광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논란이 돼 해당 업체가 해명과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틴트의 경우도 일부에서 입술의 색이 변하는, 즉 착색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10대 피부에 화장은 과유불급

고운세상김양제피부과 성재영 원장은 "10대들의 화장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에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이지만, 스킨케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화장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성 원장은 여드름의 문제를 들었다. 10대에 여드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 피지가 왕성하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껍게 화장을 하면 피지의 원활한 배출을 방해해 여드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화장은 피부 노화의 시작을 앞당긴다. 흔히 피부 노화는 20대 들어서야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0대 시절에 자기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 부작용이 잘 일어나고 결국은 성인이 됐을 때 다양한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 원장은 "10대의 피부는 이미 탄력과 보습이 충분히 넘치는 상태다. 과유불급이라고, 그런 상태에 탄력과 보습을 주겠다며 화장을 더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의 가능성만 높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한 색조화장은 피해야

그렇다면 청소년기 화장은 어떻게 해야 올바른 것일까? 청소년기의 가장 좋은 피부 관리는 화장이 아닌, 자외선 차단과 올바른 세안으로 유·수분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다.

굳이 화장을 해야겠다면, 색조화장을 피해야 한다. 진하고 과도한 색조화장은 유·수분의 균형을 무너뜨려 건조한 부위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결국은 피부를 상하게 한다. 정도가 누적되면 민감한 복합성 피부질환을 유발하며, 피부의 이른 노화까지 초래하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비싼 화장품 사용은 의미가 없다. 비싼 화장품은 이런저런 피부에 좋다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지만, 이는 이미 노화가 진행 중인 성인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청소년들에게는 보습이나 자외선 차단 정도의 기능이면 충분하다. 에센스, 로션, 크림, 파운데이션 등 비싼 화장품 여러 개를 늘어놓고 줄줄이 바르는 행동은 금물이다.

또 10대들은 피부가 투명하기 때문에 굳이 파운데이션으로 덮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화장은 피부에 막을 형성해 피지·노폐물 배출을 방해하고 피부 상태만 더욱 악화시킨다. 꼭 하고 싶다면 얼굴 전체가 아닌 필요한 볼이나 콧망울, 다크서클 등 일부분만 가리도록 해야 한다.

화장은 할 때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 화장품의 잔여물이 피부에 남지 않도록 꼼꼼한 세안이 필요하다. 이 경우 세안제도 청소년용으로 맞춰 사용해야 한다. 여드름용 세안제와 순한 세안제를 피부에 맞게 번갈아 쓰는 게 좋다.

올바른 화장법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아이들에게 맞는 화장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다. 지난 1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타파크로스가 10대 청소년들이 화장품 구매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을 조사했더니, 친구 등 주변의 입소문이 27%로 가장 많았다. SNS나 인터넷 등에 떠도는 정보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구매도 길거리 판매대나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성 원장은 "아이들의 화장품 구매시 부모가 적극 개입해 효과와 성분을 확인한 뒤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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