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47> 거제 대금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진달래 분홍 물결 봄을 수놓다

부산 하단역에서 거제행 직행버스에 오른 지 3시간도 안 돼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분홍으로 도배된 거제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에 올랐다. 분홍에 지친 꽃 터널을 통과하면 바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춘삼월 산행에서 눈보라를 만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달 13일 거창의 현성산을 올랐던 산&산팀은 정상 암봉을 극터듬으며 올랐지만 강설을 헤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봄 속에 겨울은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엄동에 신춘의 싹이 튼다. 꽁꽁 움츠러들었던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터지고 있는 것을 보라! 겨울이 봄을 잉태하고, 봄은 그 겨울의 껍질을 깨뜨리고 나온다. 개선 행진은 꽃길로 펼쳐진다. 고고성을 울리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봄꽃, 그들이 바로 봄의 전령사다.

봄은 낙동강, 섬진강변에 흐드러진 매화로부터 시작된다. 도심 가로수도 새하얀 벚꽃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이 시기 남도의 산기슭은 울긋불긋 봄단장을 준비한다. 온 산이 진달래 지천으로 변해 분홍 물결로 일렁거리는 것이다. 진달래는 주로 흙산의 평원지대에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가벼운 봄나들이에 제격이다. 봄 산행은 꽃 산행이고, 그중에서도 진달래가 으뜸인 것이다.

'비단을 두른 산' 이름처럼 온 산이 화사
시루봉 진달래 군락지 산불 난 듯 장관
부산~거제 직행버스 개통 뒤 접근 수월



     

산&산에서는 지난해 전남 여수의 영취산(510m·399회)과 경남 창원 천주산(641m·401회)에 이어 올봄에도 진달래 군락을 찾아 떠난다. 거제 대금산(大錦山·438.7m). 섬 산행이자 꽃 산행이다. 부산에서 시내버스에 올라 타 3시간여 만에 진달래 터널에 빠져들어 꽃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는가?

■진달래 비단길 부산에서 3시간

대금산은 쇠를 생산한 곳이라 '대금(大金)'으로 불렸다가 '대금(大錦)'이 되었다. '비단을 두른 산'이라는 뜻인데, 지금 그 비단길은 온 산을 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의 물결이다.

상춘객이 몰리는 대금산 코스는 거가대로 개통 전후 확연하게 바뀌었다. 통영을 거쳐 거제대교로 들어가야만 했을 때는 거제시 연초면 쪽에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명상버든마을~대금산마을~대금산 정상~진달래평원~약수터~반깨고개~명동버든마을 원점회귀 코스(산&산 69회)가 대표적이다.

거가대로가 열리고 나서는 정반대 동쪽 해안에서 오르는 산길이 반들반들해졌다. 해변을 끼고 있는 장목면 흥남과 외포 쪽으로 산꾼들이 몰리게 된 것. 게다가 지난 1월 운행이 개시된 부산~거제 직행버스 2000번이 흥남과 외포에 정차하게 되었으니 동네 산 같은 접근성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부산 하단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50분도 안 되어 산행의 기종점인 흥남과 외포에 닿고, 어느 길을 선택해도 2시간 이내 진달래 군락에 오를 수 있다. 게다가 가파르지 않은 흙길이라 '산보다 꽃구경'에 제격이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섬 산행, 꽃 산행 콘셉트로 코스를 짰다. 외포 버스정류소~상포마을~임도~시루봉(357m)~대금산 정상~절골마을~흥남 버스정류소. 6㎞에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한편 '대금산 진달래 축제'는 올해부터 5년간 열리지 않는다. 거제시 장목면에 따르면 진달래 보식과 편의시설 정비 계획 수립을 위해 당분간 축제는 쉬되 진달래 군락은 여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꽃물이 묻어날 듯 분홍의 물결

'외포' 정류소에 내리면 코앞의 외포교 옆에 대금산행 안내판이 서 있다. 골짜기를 따라 곧장 대금산 정상을 치고 오르는 길이다. 기왕이면 시루봉 진달래 군락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차가 왔던 방향을 거슬러 외포교를 건너 500m 떨어진 상포마을까지 가야 한다. 상포마을에는 거제 시내버스가 다니지만 2000번은 정차하지 않는다.

석축과 거가대로 밑 굴다리가 보이는 곳에 '대금산 정상 4.1㎞' 표지가 있다. 굴다리를 관통해서 1㎞ 정도 포장된 길을 올라가면 길 오른편에 시루봉 진달래 군락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 산길로 접어들면 흙을 밟는 산행이 시작된다.

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거침이 없다. 거가대로 개통 이후에 산꾼들이 주살나게 오르내린 덕분일 텐데 길에 윤이 나 있다. 반듯하고 점잖아서 수월하다.

임도를 벗어나 흙을 밟은 지 30분 만에 시루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 주변은 건드리면 진달래 꽃물이 묻어날 듯 분홍에 지친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신록이 어울려 선명한 색 대조가 눈을 시리게 한다. 건너편으로 손에 잡힐 듯한 대금산 8~9푼 고지는 넓은 평원인데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붉다. 지난해 태풍 피해로 군데군데 파인 듯하지만 여전히 장관이다.

시루봉에서 600m 내려온 걸 알리는 이정표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대금산 정상으로 바로 간다. 오른쪽은 군락지(뿔쥐고개)를 거쳐 정상으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가서 진달래 군락지를 둘러보고 정상을 밟은 뒤에 이 이정표로 내려올 예정이다. P턴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내 '진달래평원 이정표'를 만나는데 '시방(절골마을) 1.4㎞'라고 씌어 있다. 나중에 P턴으로 내려와서 이 길로 하산할 예정이다. 곧장 길을 재촉하면 분홍색으로 도배된 넓은 평원과 마주친다.

같은 군락이지만 아래는 활짝 피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꾹 다문 입술처럼 망울이 닫힌 비율이 높아진다. 꽃 터널을 헤치고 정상으로 오르다 보니 위쪽 꽃망울들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정상에서 산&산팀을 알아보는 부산 산악인들을 만났다. 하단에서 오전 9시께 2000번 버스를 타고 '흥남'에 하차해서 산행을 시작했다고 했고, '외포'로 내려가 2000번을 타고 되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기종점만 바뀌었을 뿐 산&산과 같은 코스다. "명지에 내려 도다리회로 저녁을 먹으려고요!" 거제 섬 산행, 하루가 참 길어졌다!

하산길 역시 거침없다. 외길 수순이다. 절골마을을 내려다보면서 가다 임도를 벗어나면 밀성 박씨 사당인 밀성사다. 거가대로 접속도로 사이로 난 길로 내려가 왼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흥남 정류소로 떨어진다.

하루 종일 꽃구경을 해서 좋았다. 하지만 현란한 꽃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보라색 제비꽃들이 나무 밑동에 다소곳하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고, 자주색 현호색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애써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발치의 작은 꽃들 덕분에 봄 산행이 한층 더 즐거웠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거제 대금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거제 대금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47> 거제 대금산 가는 길 먹을 곳(1/28)
[산&산] <447> 거제 대금산 산행지도(1/28)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