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45> 양산 선암산 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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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하게 솟은 '매봉' 짜릿한 '바위 맛'을 보다

경남 양산의 선암산 매봉은 뾰루지처럼 툭 튀어나온 암봉이라 고속도로에서도 눈길을 끈다. 주 능선에 섰을 때 멀리 울퉁불퉁한 정상의 윤곽이 미세먼지에 쌓여 흐릿하게 보인다.

양산 어곡을 지나 에덴밸리 쪽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유난히 툭 튀어나온 봉우리가 보인다. 뾰루지나 고깔 끝처럼 암봉이 불쑥 삐져나온 바람에 산정이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특이한 풍경이다. 멀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눈에 띌 정도다.

경남 양산 선암산 매봉(706m). 어곡 공단의 뒷산쯤으로 여겨져서 한때 어곡산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동네주민들의 노력으로 제 이름을 찾았다. 영축 남지맥의 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고당봉·달음산과 함께 근교 3대 암봉
한때 '어곡산'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부산서 한 시간 거리 주말 산행지 제격




     
매봉은 고고하게 불쑥 솟은 거대한 바위다. 금정산 고당봉, 좌천 달음산과 함께 근교의 3대 암봉으로 꼽힌다. 땀 흘리며 수십m 바위를 타고 오른 뒤 누리는 짜릿한 쾌감! 또 정상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뷰가 덤으로 따라온다. 게다가 부산시내에서 한 시간 이내 접근되니 주말·휴일 산행지로 제격인 진짜 근교산이다.

■근교산 3대 거대 암봉 '우뚝'

선암산 산행은 어곡 용선마을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안내산행이라면 새미기고개에 차를 대고 접근하거나, 토곡산을 이어 가기도 한다.

산&산에서는 오롯이 선암산 매봉의 매끈한 바위 맛을 즐기되, 대중교통 수단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코스를 개발했다. 원동면 화제리 쪽에서 들고나는 코스다. 지금까지 화제리 쪽에서 선암산을 단독 목표로 오르는 코스는 거의 없었다.

코스를 요약하면 물금(137번)이나 양산역(138번)에서 버스를 타고 원동면 화제리까지 가서 입산. 신선봉~선암산 매봉을 거쳐 내려오는 길에 임도로 빠졌다가 영산 신씨 납골묘에서 다시 능선을 타고 감토봉마을로 떨어진다. 여기서 종점인 지나마을 정류장까지 1㎞ 남짓 걸으면 버스로 들머리, 날머리가 연결된다. 전체 구간은 10㎞로 5시간 걷도록 길을 짰다.

다만, 하산길에서 납골묘 이후 마지막 구간은 개척산행이다. 나무꾼들이 남긴 희미한 흔적을 따라 내려오는 가파른 비탈이라 고난이 따른다. 긴장감을 늦추면 안 된다.

■거대 암봉 '짜릿'… 탁 트인 조망 '덤'

화제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성지마을' 표석과 무량사 안내판이 반긴다. 사찰과 축사 사이로 난 길이 들머리다. 10분쯤 걸었을 때 포장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리본 말고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본격 산행이다.

길은 반듯하지만 너무 삐딱해서 숨이 거칠어진다. 송전탑을 설치하면서 없는 길을 일부러 냈기 때문인데 비탈을 거스르니 땀깨나 흘려야 한다. 머리 위로는 두 가닥짜리 154㎸ 고압선이 매달려 있다. 고압선을 끌고 밀양 쪽으로 내달리는 송전철탑이 산행로와 마주쳤다, 엇갈렸다를 반복한다.

1시간쯤 지나 갈림길. 아차하면 길을 놓친다. 뚜렷한 직진 길로 가면 안 되고 오른쪽 희미한 길로 접어들어야 정상으로 가는 산등성이다. 30분쯤 더 된비알과 씨름하고야 능선에 오른다. 간간이 진달래 구경을 한 것 외에는 아주 심심한 길이다.

능선에 오르자 길이 납작 엎드려 걷기가 편해진다. 이정표를 만났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신선봉을 거쳐 선암산(매봉)에 닿는다고 알려준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783.6m로 표시된 봉우리를 거쳤다. 표석이나 안내판이 없고 돌무더기만 무심히 쌓여 있는데, 산꾼들은 신선봉이라 부른다. 발밑으로 어곡공단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산 아래 드문드문 핀 진달래는 중턱으로 오를수록 감감 무소식이다. 대신 철쭉 군락이 반긴다. 가지는 앙상해서 헐벗은 이 철쭉들도 5월이 되면 지천으로 꽃을 피워 산꾼들의 눈을 분홍색으로 물들일 것이다. 터널이 된 철쭉길을 겨우 헤쳐 나오니 넓은 바위가 맞아준다. 툭 튀어나온 선암산 매봉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삼거리를 두 번 만나는데, 모두 왼쪽으로 내려가면 어곡이다. 이 길로 어곡 쪽에서 들고 나는 선암산 등반 코스가 가능하겠지만 버스 원점회귀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상은 계속 직진.

드디어 눈앞에 떡하니 거대한 암봉이 웅자를 드러냈다. 높이가 40m에 육박하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산이다! 오르내리는 산꾼들이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점점이 보인다. 오르다 밑을 내려다보니 아찔~! 현기증이 일었다. 번지점프대에 매달린 것처럼 주변이 망망하다.

연전에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올랐다. 암릉을 뚫어내는 묘미를 잃은 게 아쉬운지 "스릴이 반감됐다"고 투덜대는 이도 있다. 정상부는 암봉이 이어 달리기 때문에 눈비가 올 때나 안개가 낄 때 긴장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데, '선암산 매봉' 표석이 설치된 곳보다 바로 옆 암봉이 미세하게 더 높아 보인다. 훨씬 우람하고 경관도 좋은 매봉이 표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이날은 미세먼지에 이어 황사까지 덮친 탓에 조망이 극히 불순했다. 원래는 자맥질할 듯 낙동강이 손끝에 놓이고 그 너머 김해도 전망할 수 있다지만 가뭇없다. 인근 에덴밸리 풍력발전소, 토곡산, 용골산 산세를 눈요기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하산.

묘지를 거쳐 10분쯤 뒤에 지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임도로 빠져야 한다. 감토봉마을로 내려가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서다. 길 오른쪽에 '영산 신씨 영묘원'이라고 쓰인 거대한 납골묘가 보이는데 이를 그대로 관통해서 능선길로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이 길은 부산일보 산&산팀이 화제리 쪽에서 선암산을 원점회귀하기 위해 묵은 길을 발굴한 것이다. 옛 나무꾼 길은 인적이 끊긴 탓에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다. 등산로로 새로 개척된 길이라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잔나무들이 발목을 붙잡는 고난의 연속이다. 마을 축사에서 들려오는 짐승소리가 종착지가 임박한 걸 알려주지만 길 흔적이 중간중간 끊기니 부산일보 리본을 잘 찾으며 내려가야 한다. 묘 터와 TV안테나를 거쳐 급경사를 지나면 바로 감토봉마을로 떨어진다. 왼쪽 위 계곡 다리를 건너 내려가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다. 지나마을 버스정류장까지 1㎞ 남짓 걸어야 한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양산 선암산 매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양산 선암산 매봉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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