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세상 속으로] 부산형 공유경제 꽃피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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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공구상가 거리에 있는 '부산 공유경제 인큐베이팅센터'의 강종수(34) 센터장은 요즘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의 심정이다. 암탉이 알에서 병아리를 부화하듯이 부산형 공유경제의 씨앗을 발아시키려는 소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startup·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 창업을 돕는 회사인 콜즈다이내믹스 대표이기도 한 강 센터장. 그는 현재 2~3개의 공유경제 모델을 창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오는 5~6월 런칭이 목표. 숙박과 관광을 하나로 묶어 감천동 문화마을 등 부산의 스토리를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그중 하나다. 제1호 부산형 공유기업의 탄생이 머지않은 셈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2013년 기준 51억 달러 수준이지만 매년 8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이 세계 공유경제의 95%를 장악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난 2012년 '공유도시'를 선언한 서울은 명실상부 공유경제의 수도가 되고 있다. 70여 개의 공유기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

시민허브·조례 제정 등 무르익는 분위기
절제된 시 지원과 민간 창의성 조화돼야

부산은? 외부의 공유기업이 여러 개 진출해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표면 아래서 싹이 트려는 기운은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부산 공유경제 시민허브의 서정우 대표는 '조용한 흥분상태', 부산발전연구원의 김형균 박사는 '물이 끓기 직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부산시는 부산경제진흥원을 통해 올해 공유경제 관련 예산 1억 원을 책정했다. 경제진흥원은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공유기반 창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플레이숍'을 오는 24일부터 6차례 개최한다. 시의회도 최근 임시회 본회의에서 박재본 의원의 발의로 '공유경제 촉진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부산형 공유경제의 싹을 틔우기 위한 기본골격은 갖춰진 셈. 서울에 이어 부산이 공유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부산시의 지원과 간섭이 '중용의 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넘치면 민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훼손하게 되고 모자라면 창업의 동력을 추동하기 어렵거나 창업이 무분별해지게 된다. 조례 발효에 따라 6~7월 발족하게 될 '공유경제 촉진위원회' 구성이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이다. 위원회는 기본계획 수립·시행뿐만 아니라 공유단체 및 기업 지정·취소, 행·재정적 지원 등 부산시 공유경제 정책의 핵심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15명의 위원 중 경제부시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점이다. 시의 입김이 지나치게 개입될 소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물론 위원 중 외부 위촉직을 과반으로 규정해 형식적 균형을 갖췄다고 하지만, 과거 전례를 보건대 위원회는 시의 입맛대로 운영돼 온 경우가 허다했다. 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두도록 하는 게 바람직했다. 기왕에 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게 된 바에는 공유경제에 깊은 애정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위원에 위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경제가 공유경제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오히려 반(反)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한 구절이다. 몰려오는 '공유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만끽하려면 민간의 창의성과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 부산시의 절제된 지원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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