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하나 만드는 데 8억 썼다
'일하는 국회'를 선언했던 정치권이 실제로는 '일 안하는 국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국회가 처리한 법률안은 모두 158개에 불과하지만 이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1천260억 원에 달했다. '고비용 저효율'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률안 한 개를 처리하는 데 8억 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감시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은 지난 1일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된 법률안이 6천526건이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158건에 불과했다고 6일 밝혔다.
단순 수치로만 파악해보면, 전체 계류법안의 2.42%만 처리돼 계류법안을 모두 처리하려면 41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월 국회를 열고 새로운 법안상정이 없다고 해도 19대 국회 임기 내에 계류법안 상당수를 처리할 수 없다는 분석. 비용분석을 한 결과 국회의 비효율은 더 분명히 드러났다. 국회 운영을 위해 매달 4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3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58개 법률안을 만들고 무려 1천260억 원을 쓰는 셈이 된다.
국회, 올해 158개 처리
투입 예산만 1천억 원대
"회의 시간은 알바 수준"
게다가 2월 국회에서는 형벌로서의 기능을 회복시켜 일반인에 대한 범죄억지력을 확보하려는 '법정형 정비'를 위한 개정법률안이 많이 처리됐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100개 정도의 법률안이 가결된 것으로 볼 수 있어 법률안 1건당 예산 사용액수는 더 증가된다.
법안심사에 걸린 시간도 짧았다. 2월 전체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총 회의시간은 90시간 57분으로 13개 상임위원회로 나누면 위원회당 7시간으로, 28일 가운데 채 하루도 못되게(8시간 근무기준) 법안심사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회의당 평균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수준"이라며 "입법부가 제대로 된 법안심사를 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