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선임기자의 레드카펫] 지난달 발생 '염전 노예' 사건 영화 '노예 12년'과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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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판씨네마 제공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지난달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한 소위 '염전 노예'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이런 넋두리를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상 일들이 분초를 다퉈 가며 알려지는 초고속 사회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 인신매매로 멀쩡한 사람을 끌고와 착취, 폭행, 감금 등을 통해 수 년 동안 노예 혹은 머슴처럼 부려 먹었던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염전 노예'의 당사자였다 기적적으로 구출된 김 모 씨의 악몽은 '구해 달라'며 어머니에게 쓴 한 통의 편지로 시작돼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한 경찰의 수사로 1년 반 만에 막을 내렸다.

때마침 27일 선보인 스티브 맥퀸 감독의 영화 '노예 12년'은 1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를 뿐 마치 '염전 노예' 김 씨의 악몽을 스크린에서 재현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1840년대, 노예 수입이 금지된 미국에서 흑인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만연한다. 당시 미국의 북부에선 노예제를 반대하고 남부에선 찬성했다. 주인공 솔로몬 노섭은 당시 노예제를 반대하는 뉴욕 주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났다. 부인과 3명의 자녀를 둔 어엿한 가장인 그는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노예가 아니라는 '자유인 신분증'도 있었다.

하지만 노섭은 어느 날 '극단에서 연주해 줄 것'을 제의받고 두 남자와 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후 신분증까지 빼앗긴 채 납치돼 노예수용소에 감금된다. 그리곤 노예제가 가장 악랄했던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한 농장으로 팔려가 플랫이란 이름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온갖 고초를 겪고 숱한 죽음을 목도하던 그는 12년 동안 노예로 살아가다 우연히 농장을 찾은, 노예제 반대인물인 베스에게 '구해 달라'라는 편지를 통해 가까스로 구출된다.

동명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자유인으로 태어났으나 납치돼 12년을 노예로 살았다는 실존인물 솔로몬 노섭의 이야기를 녹여 낸다. 1853년 출간된 '노예 12년'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3만 부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제 폐지를 공론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는 숱한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했던 노예수용소의 실태와 납치 및 판매 방식, 노예들의 착취로 경작됐던 사탕수수 농장, 노예제가 악랄하기로 소문났던 루이지애나주의 자연환경, 악랄하고 교활한 농장주와 관리인 등 같은 인간으로 또 다른 인간을 유린했던 인물 등 인류의 비극 노예제의 많은 것들을 들려준다. '염전 노예'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 또한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t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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