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인 공공미술, 주민 참여로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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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마을에서 전문가, 마을 공동체 관계자들이 함께 계단 벽화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구본호 제공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빈 벽면이 없을 정도입니다. 조그마한 벽만 있으면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제가 미술을 전공한 때문일까요. '와~ 이 벽화 좋다', 아니면 '멋있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한 벽화는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미술이 대중화되었다고 봐야 할지? 미술의 질이 떨어졌다고 봐야 할지? 저도 애매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
미술작가 구본호 책 출간
"노후 마을 활력 되찾게 해 긍정적"

이 말엔 예술가이자 공공미술 기획자의 깊은 고민이 묻어 있다. 오랫동안 부산에서 '고샅길 프로젝트', '닥밭골 마을', '금곡동 공창행복마을' 등 공공미술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미술작가 구본호(사진) 씨가 '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해피북미디어)를 내놨다.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끝난 부산의 여러 마을을 둘러보며 향후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담았다.

저자는 먼저, 공공미술이 공공 공간과 만나면서 도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주목한다. 요컨대 부산의 대표 관광 명소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사하구 감천동 문화마을. 이곳은 6~7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이 마을을 빠져나가고 빈집이 늘면서 낙후되어 가던 마을이었다. 이랬던 곳이 지금의 마을로 변모하기까지는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공공미술의 힘이 컸다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노후한 마을에 다시 활력을 되찾게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정신적 재생의 역할을 했습니다."

저자는 공공미술의 이와 같은 긍정론 뒤엔 마을 만들기 초기 단계에 마을의 정체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마을을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해 마을 만들기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 게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미술관 밖의 미술'이라 불리는 공공미술에 대해 무조건 긍정론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공공미술을 또 다른 한 면을 보는 그의 '돌직구'가 신선하다.

공공미술이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쾌적성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게 작가의 얘기. 열린 도시공간에서 작품 자체의 조형성이 시민들과 소통되는 경우를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공공미술은 미술가라는 전문가를 통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또, 결과보다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우리 집 대문 앞에 전문가가 만들어 놓은 이색적인 아트 화분에 꽃도 심어 보고 가꾸어 보는 이런 작은 시작이 바로 공공미술을 살찌운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공공미술의 지속성과 연결된다.

요컨대, 감천동문화마을 낙서의 집에는 'OO이 왔다 간다' '영심♡경태'라는 말을 적는 순간 공공미술은 완성되고 빛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공미술은 비록 주민의 참여 없이 전문가에 의해 제작된 것일지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 우리가 사는 사회 내의 다양한 이슈를 만들거나 장소에 참여·개입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공공미술은 모두 미완성 작품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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