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진역 도로 건너편 '화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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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숙성된 청어회 차진 식감 … 고래고기베이컨·볼락김치 색다른 맛

잘 숙성된 청어살에서 터져나오는 고소함과 차진 식감. 이게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지는 먹어 본 사람만 안다. 그런데, 아쉽게도 청어회를 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진역 도로 건너편 이자카야 '화수목(火水木)'은 청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고래베이컨(사진)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화수목'은 지난 2004년 문을 열었다. 부산에서는 선구자격인 이자카야다. 그런데 입지가 썩 좋질 않다. 전통시장과 산복도로에 가까워 '고급' 메뉴가 통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생각에 어묵탕 따위를 기대하고 메뉴판을 펼쳤다면 대개 깜짝 놀란다. 제철 횟감과 해산물, 고래고기, 참치 따위 제법 고급스러운 요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가게를 연다니 3개월 내 문닫을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이 많았지요."

송두호(51) 사장은 단골손님 800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고급 참다랑어나 고래가 들어오면 문자를 날린다. 10년 세월을 지켜온 비결은? 이곳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요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스의 시작은 청어알과 정소를 넣어 만든 계란말이. 톡톡 씹히면서 고소한 게 입맛을 돋운다.

청어회는 한나절 숙성한 선어다. 죽은 채 팔리는 걸 쓰지 않고 멀리 용원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생물을 고집한다. 등 푸른 생선을 반나절 이상 숙성했을 때 나오는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수제' 청어과메기에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용원산 생물의 포를 직접 떠서 집에서 말린 것이다. 기름기가 쫙 빠진, 고소함만 남은 새로움이랄까! 얼마 전까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원조 영덕 과메기를 맛있다고 먹었는데…. 세 치 혀는 정말 믿을 게 못 된다.

고래고기베이컨. 수육이 아니라 진짜 훈연한 베이컨이다. 게다가 흔한 밍크고래인 줄 알았더니 일본인들이 '나가스고래'로 부르며 즐기는 긴수염고래란다. 짭조름하면서 술안주로 잘 어울린다. 감탄하는 사이 슬그머니 흰 젤리 같은 개복치를 한 접시 내놓는다. 정말 젤리를 씹는 듯한 독특한 식감이다.

이곳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독보적인 요리들의 행진. 꼭짓점은 뜻밖에 통영식 볼락김치가 찍었다. 회를 싸 먹거나, 입가심에 쓰란다. 근데 이게 묘하게 어울리니 대체 무슨 조화인가? 한식 출신의 일식요리사는 한국인의 입맛을 잘도 요리한다.

※부산 동구 진성로 9번길 1. 기본코스 3만 5천 원, '주방장마음대로'코스(1인분) 6만 원, 8만 원. 051-466-9289.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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