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겠다" 베네수엘라 시민들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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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한 여대생이 13일 카라카스 거리에서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3명이 숨진 데 항의하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더는 못 참겠다." 극심한 경제난과 높은 범죄율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해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후 '포스트 차베스'로 부상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집권 이래 처음 일어난 시위다.

13일(현지시간) 마두로 정권의 실정을 비난하는 시민 1만여 명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현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생활필수품 부족, 높은 물가고, 치안 불안 등으로 쌓였던 시민의 불만이 반정부 시위로 표출된 것이다.

시위대가 해산하고 불상사가 발생했다. 소규모 인원이 남아 시위를 계속 하다가 경찰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했다.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치안 불안에 불만 폭발
시민 1만 명 "마두로 정권 퇴진"
괴한 총격에 시위대 3명 사망
야당 대규모 시위 발전 가능성


마두로 정권은 즉각 시위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에 돌입했다. 먼저 야당 지도자인 로페스 민중의지당 대표에 대해 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언론매체를 통해 "시위는 소규모 파시스트들의 책동 때문"이라며 안정을 찾아 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시위 가담자들은 처벌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한 번 폭발한 국민의 불만이 쉽게 사그라질지는 의문이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범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폭력은 물론 살인 같은 강력 범죄가 판을 친다. 휴지 등 생활필수품이 부족하고 높은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는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경제난과 치안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대규모 시위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마두로 정권도 잘 알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의회에서 특별 권한을 받아 가전제품 같은 수입품 가격을 대폭 내리는 법령을 발표했다. 한데 이 정책은 포퓰리즘일 뿐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지방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지방선거는 마두로 대통령 집권 후 이뤄진 첫 선거로 정권을 평가받는 무대였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서민층을 여당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는 뜻이다.

현 정권의 야권 탄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 정권은 반정부 성향인 신문사에 신문을 찍을 종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야권 지지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낳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위 발생 이후 야권인 안토니오 레데스마 카라카스 시장은 "베네수엘라의 평화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부 무장단체의 결속력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2002년 쿠데타가 발생해 차베스가 3일간 쫓겨갔을 때 그를 다시 권좌에 앉혔던 무장단체 '차비스타스'는 여전히 '콜렉티보스'라고 이름만 바꿔 시위 방지 같은 친정부 활동을 펴고 있다. 하지만 차베스의 카리스마에 한참 뒤떨어지는 마두로 대통령 밑에서는 결속력이 단단하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불만이 쌓인 서민층과 야권이 연대한다면 반정부 시위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 전 대통령 사후 지난해 4월 야권 대표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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