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공공외교의 꽃, 한국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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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천 고려대 객원교수 전 국립외교원장

한국은 1960년대 초반 경제적으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더 국민소득이 낮았고, 정치적으로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쓰레기 속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라고 혹평을 받았던 나라이다. 더욱이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고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남북한이 분단되었으며,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던 나라이니 국제사회의 기대는 아주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반세기에 걸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 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한 세대 안에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이는 남북한이 아직도 대치하고 있고, 북한이 단속적으로 도발을 하는 상황하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앙굴렘 만화축제서 빛을 본 위안부 문제

사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개인이 어려움을 이기고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본받으려고 한다. 국제사회도 이와 같이 온갖 역경 속에서 성공한 나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그런 성공의 배경이 무엇인지, 어떤 문화와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궁금해한다. 그렇기에 많은 나라가 한국을 벤치마킹해서 뭔가를 배우려 한다. 미국은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기에 가장 성공적인 동맹의 사례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의 발전을 여러 나라에 본받으라고 할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과 IT 발전 등의 사례를 들며 미국도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1세기에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가 정무외교나 경제외교만큼 중요해졌다. 공공외교는 다른 나라의 일반대중에게 그 나라의 정책이나 실상을 알리는 것으로, 무엇보다 문화를 통한 접근이 중요하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외에도 5천 년의 찬란한 문화를 지닌 나라이고, 한글이나 금속활자의 우수성 등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또한 스포츠, K팝, 영화, 드라마의 인기에 이어 클래식 음악, 무용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장점과 특성 등 소프트 파워를 통해 한국을 바로 알리는 것은 외국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고, 우리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것이며,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 때문에 우리 상품이 보다 정당한 평가를 받게 한다.

이번에 프랑스의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만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린 것같이 문화를 통한 공공외교는 외교채널을 통한 외교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안의 실상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미국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도록 결정한 것도 미국 동포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공공외교의 성과라고 본다.

일본은 독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기술하여 가르치도록 했으며, 한국이 반대하더라도 일본 단독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문제를 제소하겠다고 위협한다. 또한 유튜브에 일본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여러 나라 언어로 제작해 올리는 등 국제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간 독도가 우리 땅이고,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이에 맞대응해서 분쟁지역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하에 조용한 외교를 전개해 왔다. 그러나 조용한 외교로는 더 이상 일본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에 우리 외교부도 우리의 입장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독도·동해문제 등도 문화예술로 홍보해야

독도문제와 동해의 병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통한 홍보가 효과적이다.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을 통해 독도를 표현하고 이를 공연·전시를 통해 널리 외국의 여론 지도층에 알린다면,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며, 독도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활동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어 창작하고 공연·전시하는 것이기에 독도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일본인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활동에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시민들이 누구의 이야기를 더 신뢰하고, 듣고 싶은가를 평가하고 결정하는데, 이제 우리는 공공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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