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천엽과 처녑
'곱창집의 서비스 안주로 자주 볼 수 있는 처녑(千葉)은 소의 제3위를 가리키는 말로, 얇은 잎 모양의 내장이 다닥다닥 모여 붙어있는 모습이다. 천엽은 꽃잎이 여러 개로 둘러싸인 겹꽃잎을 칭하는 말인데, 소의 처녑 모양이 흡사 겹꽃잎과 같아 천엽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꽃을 말할 때는 천엽, 소의 위를 가리킬 때는 천엽이 아닌 처녑이 맞는 말이다.'
2009년 8월 어느 날, 한 스포츠신문에 실린 <잘못된 곱창 상식 바로잡기 '○×퀴즈'>기사다. 한데, 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이 틀렸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 처녑:소나 양 따위의 반추 동물의 겹주름위. 잎 모양의 많은 얇은 조각이 있다. ≒백엽·천엽.
* 천엽(千葉):=처녑.
그러니까 '천엽=처녑'이고, '천엽'은 다만 '처녑'이라는 뜻으로만 쓰인다. 물론 예전에는 천엽이 '겹꽃잎'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하지만 2008년 <표준국어대사전> 개정 때 그런 뜻은 삭제됐다. 식물 전문어로는 쓰이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실려 있던 '천엽백도(千葉白桃:장미과의 낙엽 활엽 교목)'와 '천엽해당화(千葉海棠花:겹해당화)'라는 말도 같이 삭제됐다. 그러니 이제 천엽은 처녑과 동의어일 뿐, 다른 뜻은 전혀 없다. 천엽과 처녑, 어느 것을 써도 잘못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저런 잘못된 기사 때문에 인터넷에서 이런 댓글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헐..근데 천엽을 사람들이 잘못 표기한거군요;;;전 처녑을 식당에서도 다 천엽으로 써놔서 천엽인줄 알았는데;;;처녑이었다니..띠용.'
정확하지 않은 글 하나 때문에 잘못된 생각이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무슨 주장을 하거나 누구를 비난할 때, 속사정을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절에 가족 간 싸움 피하는 일도 어려운 게 아닌 것이다. 이진원 기자 jinw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