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어떻게 준비하나] 체험이 살아 있는 구체적인 글로 승부 걸어라
자기소개서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부, 추천서 등과 함께 평가하는 주요 요소이자, 2단계 면접의 기초 자료가 된다. 무엇보다도 과거 모습과 경험을 통해 지원자가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인지, 전공에 필요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입학 담당자들에게 설득하는 글이다.
부산진여고 진로상담부장 홍진옥 교사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자기소개서만으로는 대학에 갈 수 없지만, 자기소개서를 잘 못 쓰면 대학에 떨어질 수 있다"는 말로 요약한다. "겨울방학은 예비 3학년은 물론이고 1, 2학년 학생 모두에게 자기소개서를 써 보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수능을 목전에 두고 쓰기 시작하면 늦거든요." 홍 교사의 생생한 조언으로 자기소개서 쓰기에 도전해 보자.
대원칙은 '질문에 대한 답 있어야'
활동 쭉 적어보면 방향성 드러나
예비 3학년 겨울방학 때 써 봐야
인터넷 소개글 베끼기는 금물
■지금 써 보는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는 2014학년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공통문항에 대학별 2개 이내 문항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대폭 간소화됐다. 서울대는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내용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3권 이내와 그 이유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기술 등 자체 문항이 있다.
대교협의 공통문항은 5월께, 이를 반영한 대학별 문항은 7월께부터 발표되지만, 큰 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홍 교사의 전망이다. 특히 2014학년도 대교협 공통 문항 1번 성장 과정과 환경이 삶에 미친 영향, 2번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리더십 발휘 등을 실천한 사례와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지원 분야를 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써 볼 수 있다.
대교협 공통문항 3번 지원 동기와 지원 분야의 진로 계획을 위한 노력과 준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교내 활동, 4번 대학 입학 후 학업 계획과 향후 진로 계획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홍 교사는 "항목별로 해당하는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쭉 적어 보는 것만으로 앞으로 더 준비해야 할 부분과 지금까지 해 왔던 활동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간호학과 소개글을 긁어 온 학생과 교내 인턴십 대회를 준비하며 실제 간호사의 하루를 체험해 본 학생의 3, 4번 문항 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망학과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활동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훈련도 미리 할수록 좋다. 심리학과 지망 학생이 연극반 활동을 '연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던 것도 여유있게 자기소개서를 써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목표 설정 △목표 대학 분석 △교과 관련 활동 파악 △비교과 영역(동아리·봉사·독서 활동 등) 정리 △포트폴리오 △학교생활기록부 분석 등이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준비 단계라면, 문항별 작성 단계에서는 '질문에 맞게 쓰라'는 대원칙을 기억하자. "가장 중요한 건 질문에서 묻는 내용이 답변에 있는지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질문을 10번 이상 읽어서 욀 정도가 된 뒤에 펜을 들라고 강조합니다."
■첨삭의 실제
이제 첨삭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전후를 비교해 보자. 전자정보공학부를 지망하는 학생의 글이다. '학교 재학 기간 동안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자연과학 보고서 발표대회에 참가한 경험을 소개했다. 모집 단위와 관련된 교내활동을 쓴 것은 좋았으나, 홍 교사는 아쉬운 부분들을 여럿 지적했다.
참가 동기에 대해 '과학에 흥미가 많은 저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고'라고 썼는데, '지적 호기심'을 묻는 출제자의 취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을 반복한 전형적인 실수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오차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실험값이 어떻게 나오는지 직접 탐구해 보고 싶어서'로 바뀌었다. '지구의 중력과 중력가속도'라는 실험 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그 활동에서 본인이 한 역할을 강조하라는 내용도 지적됐다. 질문에서 또 하나 강조한 '학업 능력 향상' 부분에는 '기본부터 꼼꼼히 따져 가며 지문을 읽는 습관'을 길러 '물리과목 내신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적시했다.
언론정보학과를 지망학 학생이 '교내외 활동 중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기술하시오'라는 문항에 답한 자기소개서를 한 번 더 보자.
이 학생은 학생부 간부로서 '학생자치법정'에서 활동한 사항을 적었다. 총 3번의 학생자치법정에 대한 평가는 '①실제로 매우 좋은 효과를 계속 보여 왔기 때문에 ②정말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③제가 한 학생부 활동이 우리 학교에 크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는데, 이 부분은 '활동의 결과가 추상적인 단어로 표현돼 설득력이 없고, 본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충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2차 첨삭은 활동 후 느낀 점에 대해 이루어졌다. '책임감, 공감과 이해,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발표하는 값진 경험' 등의 표현이 추상적이라는 조언에 따라 첨삭한 결과 '겉으로만 보이는 사실만 가지고 다른 사람을 단정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법과 도덕의 경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 언론인이 되었을 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로 수정됐다. 최혜규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