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청소년 性 고민 나눌 통로 만들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장병진 사회부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성(性)은 금기 단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해야 한다.

대놓고 얘기했다가는 '발랑 까졌다'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성은 더 잔인하다. '발랑 까짐'에다가 '더럽다'라는 굴레가 하나 더 씌워진다. 결국 우리 청소년들은 누구에게서도 성에 대해 배울 수가 없다.

14일 부산 북구의 한 모텔 주차장에서 남자 신생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아이의 모친은 겨우 17살난 여고 중퇴생이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져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불러오는 배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

그녀의 부모도 딸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 성인 미혼모도 욕을 먹는 세상에 '임신한 10대'라는 것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혼자서 불러오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고, 결국 모텔에서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대충 자른 뒤 창밖으로 던지는 방법을 택했다.

비단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이 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끌다 돌이킬 수 없을 단계까지 진행되면 이는 범죄로 이어진다. 지난해 9월에는 10대 여학생이 집에서 아이를 낳고 살해한 사건도 있었고, 그해 12월에는 10대 여학생이 아이를 내버려둔 채 놀러 나가 결국 아이가 사망한 일도 있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충분히 많은 양의 성 관련 정보를 얻고 있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조숙하다는 점이다. 남녀 사이 스킨십도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그만큼 올바른 성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고 자신의 성적 고민을 나눌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는 여전히 청소년의 성을 인정하지 않고 억누르려 하는 분위기다. 두 곳 모두 청소년들의 성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통로는 없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억누름이 아니라 이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다. 청소년들의 성을 누르려고만 한다면 가슴 아픈 사건이 또다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joyful@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