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전 세계 시각장애인의 빛이 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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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점으로 된 점자 개발

루이 브라이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개발했다. 보물창고 제공

"그는 신과 같은 용기와 황금과 같은 마음을 지닌 천재다. 나는 그의 점자 덕분에 읽는 기쁨을 맛보았고, 세상이 새롭게 빛나게 되었다. 루이 브라이는 수백만 장애인들이 절망스러운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가는 넓고 튼튼한 계단을 놓았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1880~1968)는 그를 이렇게 극찬했다. 그의 이름은 루이 브라이(1809~1852).

'루이 브라이, 손끝으로 세상을 읽다'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를 발명해 지식의 문을 열어 준 루이 브라이의 숭고한 삶을 다뤘다. 프랑스의 쿠브레이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 가죽공이었던 아버지의 공방에서 놀다가 송곳에 눈이 찔려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호기심 많고 총명한 루이는 팔뤼 신부의 눈에 띄어 마을 학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루이 브라이, 손끝으로 세상을 읽다 / 마술연필
1819년 루이는 팔뤼 신부의 도움을 받아 파리의 왕립 맹아 학교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글자인 '돋음 문자'와 '야간 문자'를 접한다. 하지만 두 문자는 불편했다. 기존 알파벳 모양을 그대로 옮긴 '돋음 문자'는 손끝으로 빠르게 읽기가 어려웠다. 글자가 너무 커서 'I'와 'T', 'O'와 'Q' 등 모양이 비슷한 철자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작전이나 명령을 읽고 쓰기 위해 만든 '야간 문자'도 점이 너무 많아 사용하기 불편했다. 이 문자는 알파벳이 아닌 소리를 표기하는 원리로 발명됐다. 그런데 프랑스어에는 수많은 소리와 발음이 존재해 야간 문자로 단어 하나를 쓰려면 무수한 점이 필요했다.

루이는 야간 문자와 돋음 문자의 장점만 골라 새로운 점자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하지만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마다 루이는 팔뤼 신부의 말을 기억했다. '하느님이 한쪽 길을 막으실 땐 언제나 다른 길을 열어 두신단다.'

1824년 루이는 여섯 개의 점으로 된 '브라이 점자'를 발명했다. 그가 만든 점자는 6개의 점으로 단순했다. 가로 2열, 세로 3행으로 나열된 여섯 개짜리 점자로 무려 63가지 문자를 표현했다. 알파벳과 각종 문장 부호까지 표기가 가능한 획기적인 점자였다.

하지만 세상은 루이를 시기했던 것일까. 루이가 만든 점자는 프랑스 정부와 고위 인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새 점자를 도입하게 되면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돋음 문자 책들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각 장애인들의 입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심지어 루이가 교사로 일하던 왕립 맹아 학교 동료 교사들조차 '브라이 점자'를 경계했다. 그 점자가 공식적으로 사용되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루이의 점자는 그가 살아 있을 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1852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1854년 파리의 모든 맹아 학교에서 브라이 점자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1858년 미국에서도 이 점자를 받아들였다. 1926년 우리나라에도 그의 점자가 들어왔다. 그가 남긴 점자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의 빛이 된 셈이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그의 삶이 참 묵직하다. 초등 고학년 이상. 마술연필 지음/원유미 그림/보물창고/112쪽/1만 1천 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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