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작은 이야기, 하나의 큰 물길로 모으는 서사 능력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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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조갑상·박명호·정영선 (왼쪽부터 차례대로)

응모 작품이 300여 편에 이르렀다. 어려운 시대를 소설 형식으로 살펴 이겨 내려는 의지들이 응집된 것일까. 하지만 본선에 오른 8편의 작품 모두가 팍팍한 현실과 치열하게 맞서고 있지도 않다는 점에서 갑자기 늘어난 투고 현상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4편을 골랐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세계를 안락사로 접근하는 '행복장의사'는 소재의 충격성을 소화시켜 줄 수 있는 서사적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선고'는 전·의경 이야기를 권력의 속성이나 본질 문제로까지 끌어올린 작품이다. 아주 치밀한 상황 설정과 심리묘사에 힘입어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구현하고 있지만 이인칭 화자를 동원한 서술방법이 문제의식에 대한 후퇴와 더불어 지나친 내면화로 내몰고 말았다.

'CCTV의 매혹에 관한 타자론적 고찰'과 '섬 속의 그 길'은 소재와 서술 방법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작품이다. 감시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존재론적 차원으로 형상화한 'CCTV의 매혹~'은 주제에 다가가는 사유의 깊이를 담보하는 언어 조탁 능력이 귀하고 독특한 재능으로 확인되지만 빈약한 서사가 마음에 걸렸다. 반면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고달픈 가족사를 영도의 여러 장소성을 빌려 이야기하는 '섬 속의 그 길'은 서사는 승하지만 잦은 장소의 이동이 자칫 스토리텔링의 확산으로 보일 수도 있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큰 물길로 모으는 서사 능력과 남루와 절망을 떨치는 과정의 진지함을 높이 사 당선작으로 했다. 응모자 모두의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김성종·조갑상·박명호·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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