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 "따스한 위로가 되는 얘기 만들고 싶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래전 겨울밤, 거리에서 본 한 사람이 잊히지 않습니다. 풀빵 파는 아낙이었습니다. 여인은 혼자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책을 힐끗 봤습니다. 아들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각막을 팔고 죽는 아버지 이야기였습니다. 그녀의 한기를 녹이고 있는 건 난롯불이 아닌 소설 한 권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과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외롭고 힘든 그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는 얘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내가 소설을 쓰는 목적은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이들에게 글로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이제 만날 수 없기에 한 자 한 자가 더 간절히 느껴지는 그들입니다. 먼저 돌아가신 신정분 배정분 할머니 두 분에게, 박현숙 선생님과 현진이에게 용서를 빕니다. 그땐 정말 철이 없었다고,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나의 보잘것없는 소설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용서를 청할 이들이 더욱 많아지리라 생각됩니다.

부모님과 가족에게 쑥스럽지만 고마움을 전하고, 글판으로 이끌어주신 고(故) 박시원 선생님과 훌륭한 소설 스승이신 김헌일 선생님, 그리고 '문창 날개' 식구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심사위원 여러분과 부산일보사에도 감사드립니다.

이호석 / 1968년 부산 출생. 경남고 졸업. 케이블 방송 FTN 작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