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의 꽃 스케이트 체험] 겨울 빙판이 차가울수록 온몸의 근육은 뜨거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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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아이스링크 송호은 강사가 피겨 동작으로 우아하게 빙판 위를 선회하며 주행 시범을 보이고 있다. 송 강사는 초·중·고를 피겨 현역 선수로 활약했는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동갑내기라고 했다.

걸음마를 배웠던 기억은 없다. 아주 어릴 때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처음 타 본 순간, 직립보행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때 얼음 위에서 많이 뒹굴며 놀긴 했지만, 스케이트를 탄 적은 없는 것 같다. 시골 도랑에서 한 동네 중학교 형이 도시의 삼촌이 선물했다며 하얗고 날이 반짝반짝 빛나는 진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구경했을 뿐. 더듬더듬 하늘소가 길을 가듯 한 발 한 발 얼음 위를 걸었다.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존재를 알린다. 스케이트를 배우는 동안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몸이 뜨거웠다.

■걷는 동작부터 '뒤뚱뒤뚱'

"롤러스케이트를 탈 줄 알면 스케이트도 괜찮을 거예요." 초보라 빙판에서 낙상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후배가 안심시켜 주었다. 돌이켜보면 롤러스케이트도 잘 타지 못한다. 고교 때 겨우 두세 차례 타 보았을 뿐이다.

걸음마 익힌 뒤 항아리 자세
무릎 구부렸다 펴는 동작 중요
전진하는 발 그대로 두고
추진력 주는 발 45도로 돌리며
양발을 동시에 움직여야 전진
어려운 코너링 반복하고 또 반복
몇 바퀴 돌고나니 자신감이…


동계 레포츠의 꽃인 빙상 종목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케이트 체험을 위해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 아이스링크를 찾았다. 류현복 팀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첫 질문이 매우 난감했다. "여성 강사와 남성 강사 중 어떤 분을 원하세요?" 굳이 대답을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애써 답했다. 결국 김용원(스피드 스케이트 전공) 교육팀장이 전체적인 강습을 봐주고, 세부적인 것은 송호은(피겨 전공) 강사가 맡았다.

완전 초보라 걷는 동작부터 시작했다. 스케이트는 평소 신는 신발 보다 5~10㎜ 정도 더 큰 신발이 알맞다고 했다. 신발을 갈아 신고 뒤뚱거리며 섰다. 류 팀장이 장갑과 안전모를 건넸다. 장갑은 추위뿐 아니라, 넘어졌을 때 스케이트 날에 다치는 것도 막아준다. 막상 아이스링크로 들어서니 바닥이 꽤 미끄러웠다. 링크 가운데로 이동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스케이트는 클립을 발목과 발등은 꽉 죄게, 발볼은 느슨하게 채운다. ■발을 항아리 모양으로

송 강사는 고등학교 때까지 현역 선수를 지냈다고 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동갑내기란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선수 생활이 피겨 강사로까지 이어졌다. 나중에 송 강사가 피겨 시범을 위해 트랙을 도는데 다양하고 아름다운 동작에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다.

송 강사가 걸음마를 가르쳐 주었다. "양팔을 벌리고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너무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한 발을 들었다 놓는 동작만 하면 자연스럽게 전진합니다." 

보조기구에 의지해 첫걸음을 뗐다. 성급한 마음에 발을 멀리 내딛다 균형을 잃었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땀이 쫙 났다. 빙판에서 추울 거라고 생각하고 챙겨 입은 다운재킷을 벗을 정도였다.

비틀거리는 기자를 송 강사가 잡아 세웠다. 양팔을 벌리고, 하나~둘~.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처음인데 잘 걸으시네요." 송 강사의 칭찬에 어깨가 우쭐했다.

걸음마 다음에는 항아리 자세 연습. 발을 항아리 모양으로 폈다가 오므리면서 전진하는 동작이다. 이때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가 바로 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동작이 원활하고 다리도 너무 벌어지지 않는다.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특히 무릎 아래부터 발목까지 근육의 아우성이 대단했다. 가끔 허리를 숙여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트랙 중앙의 안전지대에서 연습했는데 가만히 보니 링크의 천장에 매달린 대형 스크린에 연습 모습이 상영되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링크 전체를 촬영하는 모양이었다. 살짝 자세를 되잡고 멋을 부렸다.

■겁 없이 트랙을 돌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걸음을 내디뎠으면 거침없이 달려야 하는 것이 순서. 그런데 밀기 동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은 뒤 전진하는 발은 그대로 두고, 추진력을 주는 발은 45도 정도로 돌린다. 그런데 뒷발을 미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양발을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이때 체중은 진행하는 발에 더 많이 실으라고 했다.

그 다음 동작은 발을 또 가지런히 모은 후 반대편 발을 45도로 벌려 동작을 반복하는 것. 언제라도 진행하는 방향의 발은 전방을 향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두울~ 하나~ 두울~. 발은 비뚤거리다가 바로 가고, 바로 가는가 싶더니 옆으로 달렸다. 그래도 걸음마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송 강사가 방향을 바꾸는 크로스 동작을 보여주었다. 트랙을 돌면서 스텝을 밟아 코너링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쉽게 배우지 못했다. 송 강사가 피겨 동작으로 멋지게 트랙을 도는 시범을 보이는 동안 혼자서 열심히 연습했다.
강사의 손을 잡고 빙판에서 걸음마를 배우는 기자. 마침 링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때다 싶어 과감하게 트랙으로 진출했다. 어~어 하면서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초보가 분명한 여성 한 사람이 눈앞에서 '꽈당'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김하늘(25·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였다. "스케이트는 오늘 처음 타 보는데 참 재미있네요." 서툰 동작이지만 김 씨는 몇 번이고 트랙을 돌았다. 기자도 자신감을 갖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트랙을 돌았다. 서너 바퀴를 돌면서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우쭐하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전문 강사에게서 훈련을 받으니 제대로 배워서 좋긴 좋구나.' 이 겨울, 차가운 빙판을 무척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TIP

종목에 따라 스케이트 날 모양 제각각


스케이트는 빙상에서 하는 경기 종목 중 가장 기본이자 대표적인 레포츠이다. 정식 빙상 경기로는 스피드 스케이트, 피겨 스케이트, 쇼트트랙 스케이트가 있다. 이 밖에도 아이스하키, 컬링이 빙상 종목에 속한다.

빙상은 애초 북유럽에서 교통수단으로 시작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일반인이 겨울 레포츠로 즐기는 스케이트는 실내 혹은 실외에 마련된 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다. 
하키 신발. 신세계아이스링크 제공 피겨 신발. 신세계아이스링크 제공 스피드 스케이트 신발. 신세계아이스링크 제공 아이스 링크는 이용하는 원칙이 있는데, 반드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한다는 것. 특히 초보자는 바깥 쪽 라인을 돌아야 한다. 이것은 안전을 위한 것인데 바깥 쪽은 급하면 차단 벽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보자가 미끄러져 넘어질 경우 재빨리 링크의 바깥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래야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 레포츠용으로 제작된 스케이트는 날 길이가 스피드 스케이트보다 짧다. 스케이트 신발의 종류는 피겨화, 스피드화, 하키화로 나뉜다. 대중적인 아이스링크에서 사용하는 신발은 별개의 보급형으로 개발된 것으로 따지자면 하키화에 가깝다.

신발은 클립으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발 볼을 고정하는 클립은 세게 채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발등과 발목 부위는 제대로 단단하게 채워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장갑과 안전모는 필수장비.

스케이트는 스키나 스노보드가 격렬한 것에 비해 근육을 섬세하게 전신을 다듬어주는 운동이다. 1시간 운동을 하면 420K㎉ 정도가 소모된다. 평행성과 유연성, 민첩성을 길러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할 수 있는 운동 가운데 으뜸으로도 여겨진다.

스케이트는 너무 큰 것을 사용하면 밀기 동작에서 힘이 잘 전달되지 않아 올바른 스케이팅을 할 수 없으며, 너무 작으면 발저림 현상으로 흥미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등산화와 같이 발끝을 앞으로 바짝 당겼을 때 손가락 한 개 정도가 들락거릴 크기면 적당하다. 이재희 기자


■스케이트 배우는 곳

- 신세계 센텀시티 아이스링크 051-745-1400

- 부산시 북구문화빙상센터 051-309-4081~4

- 동래아이스링크 051-529-7110

- 영화의전당 ART스케이트장 051-780-6136

- 극동아이스링크 051-6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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