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도덕적 착각 초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회적인 유대감과 결속력 강화는 인간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고지대 주민에게 연탄 배달을 지원하는 모습. 부산일보 DB

인간은 매 순간 타인을 평가하면서 산다. 사회적 동물이어서다. 사회란 혼자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어서 자기 뜻대로만 하고 살 순 없다. 다른 사람을 여러 잣대로 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인의 가치관이 자신의 이해나 뜻, 살아가는 방향과 상충하지는 않을까?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는 '도덕'이라는 잣대를 통해 본 인간의 모습이다. 왜 사람은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지, 왜 도덕적 착각에 빠져 사는지를 사회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도구로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든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어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회에 잘 편입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란다.

도덕을 통해 본 인간의 모습
사회 심리학적으로 접근
타인도 나와 같음을 지적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로랑 베그
저자는 "인간은 타인에게 도덕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를 원하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단다. 이런 경향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저자는 밝힌다. 그 결과는 이렇다. 사람들 상당수는 '나는 남들보다 편견이 적고 공정하며 연로한 부모를 다른 형제에 비해 잘 보살피는 편이다'라고 생각하며 산다. 사실상 도덕적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은 유혹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규범만 앞세우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바로 역차별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인데 참 흥미롭다. 특급 호텔에서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는 손님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연구다. 호텔 식당으로 커플이 등장한다. 이때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은 백인이 흑인보다 식당 이용을 거부당하는 확률이 배나 높았다고 한다.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오히려 역차별로 나타난 경우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정반대로 행동하는 경우는 이렇게 설명한다. 저자는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된다"고 말한다. 호텔에서 수건을 슬쩍하거나 보험회사를 속이거나 고객에게 쓸데없는 비용을 부담시키는 직원 등이 그러하다. '남들도 다 그렇잖아'라는 이런 기제는 꺼림칙한 일을 할 때 사용한다. 그저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어쨌든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런 도덕적 평가에 대한 열망은 실제 생활에도 도움을 준다. 저자는 "사회적 결속력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수술 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부가 함께 사는 노인은 혼자 사는 노인보다 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극단적인 추위나 더위를 참아야하는 실험에서도 여성들은 배우자의 손만 잡아도 한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단다.

사람이 지인의 평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범죄와 처벌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에서도 볼 수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죄를 짓고 체포당한다면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이 '가족이나 이성 친구의 반응'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유대에서 멀어지는 것이 법적 처벌보다 두려운 것이다. 인간이 타인과 연결되는 감정체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연구결과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타인도 그러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로랑 베그 지음/이세진 옮김/부키/368쪽/1만 6천 원.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