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23.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 '세브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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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 제거한 단순한 우아미 표현 극찬 받아

영화 '세브린느'에서 보여준 이브 생 로랑의 특징 중 하나인 단순한 우아미를 살린 겉옷과 모자. 진경옥 씨 제공

패션 디자이너를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2010)는 여자를 여성으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패션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의 삶과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상자료와 10만 장의 사진 자료를 토대로 한 피에르 소레통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2010년 '토론토 국제영화제 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영화는 이브 생 로랑의 동성 연인이며 예술과 사업의 동반자인 피에르 베르제가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브 생 로랑은 시대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꿰뚫어보고 시대를 한 발 앞서 창조한 예술가였다.

여성에게 바지 정장을 입힌 최초의 디자이너가 이브 생 로랑이다. 1966년 유행한 남성복 스타일의 여성 바지정장인 스모킹 룩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로서 그는 기성복 라인을 최초로 론칭했다. 그가 발표한 사다리꼴 '트라페즈 룩'과 '사파리 재킷', '점프수트', '트렌치코트'는 1960년대 여성 패션의 핵심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달군 강한나의 검은색 엉덩이 노출 드레스도 이브 생 로랑의 1970년대 드레스를 재현한 것이다.

이브 생 로랑은 몬드리안 룩을 비롯해 마티스, 피카소, 브라크, 세잔 등의 화가 그림에서 얻은 색채와 이미지에 영향을 받고, 팝 아트의 예술 세계를 색과 패턴의 배합으로 의상에 표현했다. 추상작가의 대부 격인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주제로 한 1965년 '몬드리안 룩'의 미니 드레스는 20세기 패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영화에서 피에르 베르제는 "몬드리안 드레스를 만난 순간 숨이 막혔다"고 회고했다. 엄격하게 절제된 검정의 선 분할에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이 보여주는 균형감과, 이에 어울리는 미니 드레스는 예술품 이상이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브 생 로랑은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의 스타일을 디자인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열정을 디자인의 원천으로 삼아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여성스러움을 주로 표현했다. 1967년 영화 '세브린느'는 이브 생 로랑의 그런 일관된 여성미를 잘 드러냈다.

이 영화에서 이브 생 로랑은 여주인공인 세브린느(카트린 드뇌브 분)의 의상을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 단순한 우아미로 표출해 극찬을 받았다. 세브린느가 입은 미니멀한 형태의 테일러드 코트와 각진 핸드백, 장갑, 필박스 스타일의 모자는 당시 이브 생 로랑의 대표적인 코디 스타일이었고, 동시에 1960년대를 휩쓴 전통적인 프랑스 패션의 흐름이었다. 또 1960년대 패션 아이콘이던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한 스타일이기도 했다. 세브린느가 신은 구두는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때 여왕의 구두를 직접 재단한, 당시 최고의 슈즈 디자이너인 로저 비비에르의 디자인이었다.

프랑스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찾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시인이자 정치가, 사회운동가인 피에르 베르제는 2008년 이브 생 로랑의 타계 후 두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모았고 이브의 패션예술에 영감을 주었던 엄청난 규모의 미술품을 경매에 부쳤다. 당시 경매수익은 6천억 원. 이를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에이즈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어떻게 보면 피에르야말로 이브 생 로랑의 예술세계를 지탱해 준 진정한 뮤즈가 아닐까 생각된다.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kojin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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