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표 독립영화, 서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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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오면 독립영화가 있다

지난 9일 오전 학장천 옆길에서 독립영화 '눈이라도 내렸으면'이 촬영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들 합니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한국영화 관객이 1억 1천547만 명. 지난해 전체 한국영화 관객을 이미 86만 명이나 앞섰답니다. 외국영화까지 포함하면 1억 9천255만 명, 올 연말까지는 2억 명을 처음으로 넘길 거라는 전망입니다. 바야흐로 '영화의 영화(榮華)'시대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스타 배우가 총출동하고, 수십억,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 이 흥행기록의 주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등 4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무려 9편이나 됩니다.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과 투자·배급사를 장악한 재벌 대기업은 '더 좋은 영화'와 '더 많은 관객' 사이에서 기꺼이 후자에 기운 선택을 합니다. 더 많은 눈물, 더 큰 웃음, 더 큰 감동이 이런 상업영화의 목표입니다.

여기 상업영화와 거리를 둔 독립영화가 있습니다. 자극적인 조미료는 싹 빼낸 담백한 맛, 혀를 휘어잡는 강한 맛은 없지만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 뒷맛이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대표적 로케이션 장소인 부산에서, 척박한 환경을 이겨 내며 부산사람들이 기획하고 만드는 독립영화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이어 갈 장편 독립영화 한 편이 최근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부산표' 장편독립 극영화 '눈이라도 내렸으면'인데요.

12월 부산 곳곳에서 이 영화를 찍는 사람들을 만나면 응원의 말이라도 한마디씩 건네주세요. 상업영화에선 주목하지 않는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내는 기특한 청년들이니까요.

이 영화가 내년 초 개봉돼 부산 독립영화에 '서설(瑞雪)'이 되기를 지역 영화인들은 기대하고 있겠지요?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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