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김활란여성지도자상' 수상 박동순 동서학원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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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발휘해 이웃과 나누라던 말씀 아직도 생생"

박동순 동서학원 학원장이 2007년 동서대 총장 재임시절 장성만 동서학원 설립자와 교정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담은 유화를 설명하면서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평생 롤모델로 생각해왔던 분의 상을 받으니 정말 감격스럽니다. 저도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여성 역량을 키워 양성평등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생각입니다."

박동순(74) 학교법인 동서학원 학원장·부산어머니그린운동본부 총재는 지난 10월 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로부터 김활란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다. 박 학원장을 인터뷰 하기 위해 동서학원 학원장실에 들어서자 신문기사로 만들어진 8폭 병풍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병풍에는 박 학원장이 동서대 제4~6대 총장이었을 때 인터뷰한 신문기사가 가득하다. 다른 쪽에는 남편인 장성만 동서학원 설립자와 함께 교내를 다정하게 산보하는 유화가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평생 롤모델이었던 분
그 분의 상 받아 감개무량
양성 평등사회 위해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CEO로서 많은 어려움 체감
국내 첫 평생교육원 만들고
여성 환경 운동에도 앞장

1939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 학원장은 판사인 아버지를 따라 경남 진주 등에서 살다 6·25 때 부산 부민초등 5년으로 전학왔다. 부산여중, 부산여고를 거쳐 1958년 이화여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1958년 입학식 때 김활란 총장의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그 떨리는 가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때 박 학원장은 '나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김활란 총장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 분의 여성지도자상을 받으니 너무나 감개무량합니다."

박 학원장이 여성의 재능개발과 사회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한 것은 1962년 미국 신학대학 대학원에 유학 갔을 때였다. "40~50대 미국 여성들이 가방을 들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김활란 총장의 말씀처럼 여성의 재능개발과 사회참여는 평생교육에서 온다고 깨닫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평생교육원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박 학원장은 1977년 국내 처음으로 경남정보대 평생교육원을 설립, 30년간 1만 6천여 명의 인력을 배출했다. "주부들이 엄청 좋아했습니다. 또 평생교육원을 졸업한 주부들이 나중에 (장성만 동서학원 설립자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내조도 잘한 셈이지요."(웃음)

박 학원장은 이후 15년간 동서학원 이사장·총장을 맡아 지역 인재양성에 열정을 바쳐왔다. "여성CEO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가장 보람있었던 점은 모두 대인관계였습니다. 술문화 등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지도자가 사회활동을 하려면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또 총장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진심을 알아주고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말할 수 없는 보람도 느꼈습니다." 여성 지도자에게 소통과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학원장은 현재 2010년에 창단한 ㈔부산어머니그린운동본부(BMGM) 총재를 맡아 여성 주도 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환경오염 중 수질오염이 가장 위험하고, 수질오염의 주범 중 하나는 주부이며, 어머니가 심각함을 느끼고 실천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손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부산 어머니들이 사명감을 갖고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 창단하게 됐습니다."

박 학원장은 그동안 그린스쿨을 열어 어머니 대상 환경교육을 매주 실시하고, 유용미생물(EM)을 발효시켜 부산시내 각 아파트 부녀회에 보급했다. 또 EM흙공을 만들어 부산 사상구 삼락천 등에 던져 수질정화 활동도 벌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환경실천운동을 확산시킬 생각입니다."

이달 말이면 박 학원장과 장성만 동서학원 설립자는 금혼식을 맞게 된다. "특별한 행사를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여성지도자가 가정과 사회생활을 동시에 하려면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문을 많이 읽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박 학원장은 건강비결에 대해 "매일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하루를 바쁘게 사는 게 건강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캠퍼스를 산보하면서 담배꽁초를 줍고 젊은 학생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게 바로 운동이지요"라고 말했다.

또 자녀교육철학도 말했다.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하고자 하는 일을 도와주고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솔선수범을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했습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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