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3백 식품의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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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설탕, 밀가루, 쌀밥을 3백(白)이라 부르며 건강의 적으로, 혹은 피해야 할 기피식품으로 취급하는 풍조가 생겼다.

설탕은 무비타민, 무미네랄, 무섬유질이라면서 '기형식품'으로 오해한다. 해당 성분이 설탕에 거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그래서 나쁜 식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이 설탕을 통해서만 해당 물질을 공급받는 것도 아니며, 또 설탕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식품으로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꼭 설탕에 들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밀(전분)가루도 주로 전분 성분만 분리하였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무기염류가 없어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식품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밀가루는 쌀과 함께 우리의 주된 열량 공급원인 포도당(전분)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이다. 게다가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함량도 많아 세계인이 주식으로 선호하는 우수식품 중 하나이다.

쌀도 비타민 무기염류가 부족하다고 해서 '3백'에 포함됐다. 쌀에도 단백질이 6% 가까이 들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쌀밥만 먹는다면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비타민 무기염류의 공급이 부족해서다. 그러나 다른 음식으로 이들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들 음식을 시중에서는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가가 없다고 말한다. 영양가가 없는 음식은 좋지 않은 음식으로 취급한다. 이는 칼로리와 영양가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3대 영양소라고 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꼽히고, 5대 영양소에는 비타민과 무기염류가 보태진다. 여기서 비타민과 무기염류는 영양가로, 탄수화물과 지방은 칼로리로 오해한다. 비타민, 무기염류가 부족한 음식은 칼로리만 높고 건강에는 보잘것없는 식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설탕이나 전분은 열량이 높다"고 해야지 "칼로리가 높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마치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말을 "㎏이 높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지금 우리는 비타민과 무기염류가 많고 열량(에너지)이 적은 식품이 우대 받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이 먹어 탈 나는 포식(飽食)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가? 삼백 중 특히 설탕에 대해서는 비만, 당뇨, 동맥경화 등 성인병의 근원이 된다는 오해와 낭설이 많다. 이에 대해선 다음 회에서 설명하겠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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