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폐선 걸어보니… 철길 옆 푸른 바다와 절경 그대로 시민 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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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동해남부선 청사포 건널목 인근에서 시민들이 철길을 따라 걷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일 오후 1시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옛 철길 건널목. 어제만 해도 '땡 땡 땡' 종소리가 나면 도로의 차들과 행인들이 멈춰 서고, 잠시 뒤 굉음과 함께 기차가 지나가는 것이 이곳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미 차들과 행인을 막던 차단봉은 거치대에서 떼어져 철길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인근 철도 사무실도 텅 비어 있었다. 1일 자정을 기점으로 동해남부선 우동~기장 동부산관광단지 노선이 폐지돼 옮겨진 사실을 실감했다.

기차가 떠난 폐선이 쓸쓸해 보이는 것도 잠시였다. 벌써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폐선을 걷다 보니 2~3분 간격으로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로 등산객이나 사진을 찍으러 온 이들이었다. 철도가 멈춘 첫날, 평일 오후인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었다.

녹슨 철로·터널까지 운치
추억 머금은 이색 산책로
기차 떠나버린 첫날
등산객·사진 촬영 줄 이어
일부 '안전장치' 없어 불안


사진을 찍으러 나온 이순형(37·여·해운대구 재송동) 씨는 "기차를 타고 지날 때도 풍경이 좋아 이 길을 걷고 싶었다"며 "기찻길과 바다를 동시에 렌즈에 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포에서 청사포를 향하는 폐선을 걷다 보면 이 씨의 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자갈 위로 길게 늘어선 철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달맞이 언덕의 숲이 가득했고 반대쪽엔 파란 바다가 넓게 펼쳐졌다. 붉게 녹슨 철로와 컴컴한 기차터널 등도 나름의 운치를 더했다. 폐선은 그자체로 이색 산책로였다.

그러나 아직은 좋은 산책로라고 말하기 어렵다. 폐선에 깔린 자갈 위를 걷는 게 쉽지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다 보니 미포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데까지 한 시간가량이나 걸렸다.

무엇보다 안전이 걱정이었다. 일부 구간은 낭떠러지와 인접해 있지만 펜스가 없었다. 가로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야간 추락 사고나 범죄 등도 걱정이었다.

현재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돼 동부산관광단지에 이르는 9.8㎞ 폐선 구간에 대해 부산시 등은 산책로와 레일 바이크 등 관광시설로 개발한다는 대략적인 구상만 내놓았다. 현실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그 사이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 것이 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대구청은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에 보안등과 CCTV를 곳곳에 설치하는 등 폐선 관리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폐선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을 수가 없다"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달맞이 언덕 아래의 폐선은 사진동아리 출사 여행지나 이색 등산로로 인기가 높아져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보여 구청이 사전 준비에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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