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 사랑 위해 목숨을 건 살인자와 사랑을 믿고 싶은 소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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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프레인글로벌 제공

미국 남부 아칸소 주를 흐르는 미시시피강. 14세 소년 엘리스는 절친 넥본과 함께 섬 하류 무인도에서 놀다가 폭우 때 떠내려와 나무 위에 걸려 있는 보트 한 척을 발견한다. 자신들의 아지트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그곳엔 주인이 있었다.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낡은 셔츠를 입은 채 팔에 뱀 문신을 하고 검게 그을린 이상한 아저씨 머드가 소년들 앞에 나타난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제프 니콜스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머드'는 이렇듯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아야 하는 머드와 두 소년의 만남으로 막을 올린다. 늑대의 눈이 수놓인 셔츠가 총알을 막아 준다며 때묻은 상의를 소중하게 입고 지내는 머드는 알고 보니 경찰의 수배를 받고 쫓기는 살인자.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제프 니콜스 감독 세 번째 작품
두 가지 색다른 사랑 이야기

자신의 첫사랑이자 임신한 주니퍼를 폭행해 불임으로 만든 남자를 총을 쏴 죽인 것. 복수에 혈안이 된 죽은 남자의 가족과 경찰을 피해 무인도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를 접한 어린 엘리스의 생각은 달랐다. 머드의 살인이 이유가 있다며 그가 주니퍼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데….

영화는 두 개의 축으로 빚어진 색다른 사랑 이야기다. 머드의 사랑 이야기와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엘리스의 이야기를 섞어 놓는다. 소년 엘리스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는 머드와 주니퍼의 지독한 멜로물이면서 동시에 엘리스가 자라는 과정을 보여 주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드와 주니퍼가 키스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둘이 만나는 장면도 거의 없다. 그저 멀리서 애처롭게 눈인사만 주고받는 딱 한 장면만 있을 뿐이다.

초반에 다소 지루한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을 사로잡는 마력을 뿜어낸다. 엘리스의 이웃인 할아버지 톰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미스터리를 가미한다. 또 세월의 무게가 실린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머드의 대사와 태도는 사랑을 묘사하는 어떤 미사여구보다 마음을 세차게 휘젓는다.

그래서일까. 엘리스의 아버지 시니어는 아들에게 "사랑을 믿으면 안 된다. 조금만 소홀해도 널 버리고 떠날 거야"라는 대사를 통해 사랑의 환상에서 벗어난 어른의 시각을 보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는 감정은 느리다. 여기에 부모의 이혼,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야 하는 불안감, 시련과도 같은 첫사랑의 달콤함이 포개지는 소년의 뒤엉킨 정서도 화면 곳곳을 적신다. 유머러스한 대사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놓칠 수 없는, 진한 여운을 선사하는 수작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할리우드 섹시남 매슈 맥커너히가 부랑자처럼 철들지 않은 어른을 연기했고, 머드의 첫사랑 주니퍼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인 리즈 위더스푼이 맡았다. 소년과 청년의 모습이 공존하는 엘리스는 타이 셰리던, 그의 절친 넥본은 2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한 제이컵 로플랜드가 맡았다. 28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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