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이러쿵 저러쿵] "엄마, 우리도 뉴질랜드 가" 서민 염장지른 '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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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빠 어디가'의 뉴질랜드 가족 여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MBC 제공

일요일이면 7살 아이와 MBC '아빠 어디가'를 즐겨 본다. 아이는 자기 또래들이 나오는 그 프로그램에 꽤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예절이나 생활 습관을 지도할 때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장면을 활용할 때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지난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 동생들까지 모두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 초원을 뛰노는 양 떼와 알파카, 그림처럼 예쁜 뉴질랜드의 펜션, 항구를 걸으며 야외에서 먹는 식사 등 색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선 지난 주말 방송된 '아빠 어디가'가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엄마의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다. 아이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엄마! 우리도 뉴질랜드로 여행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간청하는 아이에게 "돈이 없다"라며 야박하게 거절하는 엄마가 되기 싫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날 저녁 아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현재 일요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아마도 우리 집 같은 난처한 상황을 겪은 가정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아빠 어디가'는 왜 가족 외국 여행지로 굳이 뉴질랜드를 가야 했을까. 청정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뉴질랜드는 분명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건 맞다. 문제는 항공료와 여행 경비를 따져 볼 때, 뉴질랜드는 서민이 선뜻 나설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도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걸 계산하면, 며칠의 여행에 몇 달의 가족 생계비를 사용해야 할 판이다.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굳이 그렇게 일반 가족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비싼 여행지를 가족 여행으로 소개해야 했는지 안타깝다.

만약 '아빠 어디가'가 필리핀, 태국, 베트남처럼 가까운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이들 나라의 숨겨진 비경을 소개하고 순박한 미소를 지닌 그 나라의 아이들이 '아빠 어디가'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보여 주면 색다른 감동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우리에게 이 나라는 우리 이웃이 된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이기에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의미와 감동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TV전쟁'을 통해 미디어의 폐해를 고발했고 '역사 특강'을 통해 한국사의 소중함을 전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무한도전' 사례가 있지 않은가. MBC '아빠 어디가'는 왜 그렇게 멀리까지 떠나 영어를 못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 주고 푸른 초원과 금발 머리 아이들을 멋지게 표현해 줘야 했을까. '뉴질랜드' 특집은 몇 번의 방송분이 더 남아 있다는데 몇 번의 주말 저녁을 불편하게 보낼 것 같다.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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