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에 순응, 와이어로 건축물 지탱 '명품 뮤지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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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닥의 와이어가 지지하도록 설계된 키스와이어 뮤지엄 내부 공간엔 기둥이나 보가 없다. 둥글게 소용돌이치는 램프는 벽을 뚫고 바깥으로 나아간다.

'저 건물 뭐지?'하며 눈길을 머물게 할 건축물이 많지 않은 부산. 그런데 최근 도시고속도로 망미동 구간을 오가는 이들이 '건물에 와이어가 잔뜩 달린 것이 참 요상하다'고 궁금해 하는 건축물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부산의 향토기업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 센터'(KISWIRE Center·대지 1만 9천196㎡, 연면적 8천518㎡)다. 최근 회사의 배려로 둘러본 센터는 그야말로 건축계가 주목할 만한 명품 건축물이었다. 겉과는 달리 속은 정말 놀라웠다. 동행한 한국건축가협회 부산지회 강기표 부회장은 "지형에 순응하면서 와이어를 건축적으로 풀어낸 획기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나게 돼 정말 반갑다"며 연신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명품'이라 한 이유는 이러하다. 소설가 이외수의 집, 이른바 '땅집' 등 파격적인 건축으로 유명한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입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전문가와 학생들의 견학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고려제강 '키스와이어 센터'
유명 건축가 조병수 씨 설계
주변 산세 조화 조형미 자랑
기업 건축 모범 사례 될 듯


센터는 와이어의 의미를 상징하기 위해 현수교의 원리가 적용됐다. 구조물을 와이어로 당겨 지탱하게 만든, 찾기 힘든 건축 사례다. 사용된 와이어가 무려 1천919m에 달한다. 널거푸집을 쓴 노출콘트리트 벽의 거친 질감에다 계단 난간, 야외공연장의 무대 스크린 등 어디 할 것 없이 와이어가 스며 있어 무척 이색적이다. 모두 주문 생산이어서 비용이 갑절로 들었다.

내년 봄 문을 열 '와이어 뮤지엄'에 들어선 순간, 훌륭한 산업 박물관이 태어났음을 바로 알아챘다. 뮤지엄 건물과 구조물, 티타늄으로 만든 지붕까지 양쪽에서 28개 와이어로 팽팽하게 당기는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힘이 대략 1만 2천 명이 끄는 것과 맞먹는단다. 그리하여 기둥이나 보가 없어 문화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한 너른 공간이 탄생했다.

키스와이어 뮤지엄과 연수원 사이의 '수정원'. 뮤지엄에서 나온 램프 아래로 광안대교 모형과 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바로 뮤지엄의 주인공, 오름길이 눈에 들어왔다. 달팽이관처럼 둥글게 솟아오르는 오름길(램프)이 와이어에 매달려 벽면을 뚫고 이어졌는데, 길을 따라 오르며 건물 밖으로 나가 '수정원' 상공,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 여러 풍경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고려제강 탁우일 개발부문장은 오름길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수정원에서 "화려하거나 위압적이지 않으면서도 물, 돌, 바람이 있는 친환경적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더욱 놀라운 장면은 건물 밖에서 확인됐다. 주변 산세와 어울리도록 건물을 언덕 속에 묻은 것이다. 상공에서 보면 건물이 둔덕에 스며들었고, 이곳저곳 구부러진 생활관 건물과 꼭대기 야외 정원이 어우러져 색다른 조형미를 자랑한다. 키스와이어 센터는 오는 2015년 고려제강 그룹본사 사옥이 완공돼 뮤지엄과 연수원이 연결되면 상부 공간이 모두 초록색 정원으로 이어진 기업 건축의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꼽혀 '필수 견학코스'가 될 게 분명해 보였다.

조병수 건축가는 "선재(와이어) 구조 시공 사례가 적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형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와이어의 공학적, 미학적 활용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방문객들이 건물 내부와 외부를 산책하며 즐기는 자연친화적인 문화 공간이 된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글·사진=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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