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굴, 상큼한 바다가 통째로 몸속으로… '바다의 산삼'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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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전문점 '바다가 고향이란다'

해운대의 굴 요리 전문점 '바다가 고향이란다'에서 차려낸 생굴과 돌멍게.

꽉 다문 입, 그 틈 속의 우윳빛 속살이 그립다. 갯내음과 비린내가 뒤섞이고, 입속을 싸∼하게 만들기도 하는 독특한 향내. 찬 바람이 불면 유난히 그 맛이 간절해진다. 생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경남 통영의 굴 수하식양식수협은 지난달 초매식을 갖고 출하를 시작했다. 발빠른 조개구이집이나 포장마차 에서는 굴 까는 손놀림으로 분주하다. 굴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주당들의 입이 즐겁다. 올해는 방사능 공포에서 비켜나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단다. 그래서 생굴 맛기행을 떠났다. 다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즐기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바다 밑에서 10년 이상 묵어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벅굴은 소금기름장에 곁들여 먹으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서양 방식대로 생굴에 라임즙을 뿌렸다. 카사노바도 이렇게 먹었을까? 햇유자와 회간장을 섞은 폰즈를 곁들인 일본식도 별미였다. 생굴,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굴 없는 계절 어떻게 참았을까?"

굴의 요리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향긋함을 원한다면 날로 먹으면 된다. 졸깃한 식감을 즐기고 싶으면 굽거나 익혀서. 굴국밥이나 굴죽으로 요리하면 은근한 국물맛이 좋다. 전으로 굽기도 하고, 라면에 넣어 별미로 즐길 수도 있다.

해운대의 '바다가 고향이란다'는 굴 요리 전문점이다. 통영 출신의 공성익(44) 사장은 현지 상인들과 거래해서 직접 물건을 들여오고 있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뒤 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차려내기로 유명하다. 공 사장은 "통영에서는 바다에 줄을 늘어뜨린 뒤 종패를 붙여 키우지만, 밥을 주는 게 아니니 사실상 자연산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10월부터 4월까지만 굴이 나오니 나머지 계절에는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입맛만 다시던 마니아들이 굴이 나올 때가 되면 감질이 날 수밖에 없다. "그토록 기다렸으니 날것 그대로의 맛을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수육과 곁들이는 굴보쌈류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비위가 약하면 먹지 못할 정도로 굴에는 독특한 향이 있는데, 이 향을 잘 살려 먹는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마구 뒤섞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영 바다에서 갓 도착한 싱싱한 생굴과 돌멍게가 한 접시에 차려져 나왔다. 생굴만 먹으면 단조로우니 향미가 있는 돌멍게를 함께 차려낸 것이란다. 한때 개멍게로 불리며 하찮게 취급되던 돌멍게도 요즘은 자연산으로 '귀하신 몸'이다. 부산에서는 해녀가 물질로 따와서 파는 해안가가 아니면 구경하기가 어렵다. 굴과 멍게. 번갈아 입으로 가져가 음미했다.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밀려왔다.

다음은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조개모둠찜. 큰 판에 생굴을 듬뿍 올려놓고 가리비, 돌문어, 홍합 등 해산물을 담아 손님상에서 익혀 먹는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공 사장이 고안한 이 방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조개찜이 흔해져 이런 상차림이 익숙해졌지만 당시에는 매일 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였다고.

살점이 탱글탱글하게 잘 익었다. 어떻게 먹을까? 초장이나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먹지 말란다. "묵은지를 바닥에 깔고 익힌 굴을 올린 뒤 여기에 치커리 무침을 올려 마치 육고기 쌈을 먹듯이 드셔보세요." 새콤함과 졸깃함이 잘 어울렸다. 날것과 익힌 것을 먹고 난 뒤의 추천 메뉴는 굴죽. 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해주니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상차림을 '부산식 굴 코스 요리'라고 하면 되겠다.

■'바다의 산삼' 벅굴

내친김에 굴 마니아들의 전설, 벅굴을 맛보기로 했다. 종패가 줄에서 떨어져나가 바다밑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 벅굴이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10년 이상 자라, 1∼2년 사이에 채취하는 일반 굴에 비하면 서너 배 이상 몸집이 크다. 잠수해서 일일히 캐내야 하고, 공급량도 적어 귀하다.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외견이 돌덩이처럼 보였다. 삶아도 속살이 익지 않는다.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데다 열기가 닿지 않을 정도로 겉이 두껍다. 어쩔 수 없이 벅굴은 날로 먹을 수밖에 없다. 까는 과정이 볼 만했다. 우선 망치로 껍질 끝을 깬다. 그렇게 틈을 찾아야 칼을 집어넣어 벌릴 수가 있다. 속을 벌려 보니 속살의 색깔이 보통 굴의 우윳빛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떤 놈은 누렇고, 다른 놈은 녹색을 띤다. 오랫동안 익었기 때문이란다. 굴 특유의 비릿함도 더 강하다. 굴을 잘 먹는 사람들도 벅굴이 비리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입에 씹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서 세 조각을 내야 했다. 벅굴은 보통 생굴과 달리 소금참기름장에 찍어 먹어 보란다. 소금참기름장에 묵은지쌈으로 맛을 봤다. 어느 쪽이나 보통의 굴보다는 더 강한 풍미가 느껴졌다. 둘이서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우고는 입맛만 다셨다!

농익은 벅굴의 속살은 향이 일반 굴에 비해 강하다. 그래서 소금참기름장에 찍어 먹는게 좋다.
벅굴을 취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 물량이 달려 항상 공급되지도 않는다. 찬바람이 더 불어야 씨알도 굵어지고 공급량도 늘어날 것이란다. 여름 한 철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할까! 그래서 인내심 많은 단골들은 꼭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 온다고.

※부산 해운대구 좌동 1341의 23. 051-742-4343. 요리부=굴회 1만 5천 원, 굴파전 2만 원, 굴전 2만 원, 굴구이 소 2만 5천 원· 대 3만 5천 원, 자연산 벅굴 3만 원, 식사부=굴국밥 6천 원, 굴죽 7천 원, 후식부=굴국밥·굴죽 각 3천 원.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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