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잊어 주세요. 이젠 연기로 승부합니다"
"어! 저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최근 안방극장에서 반전 연기력을 통해 새롭게 호평을 받는 배우들이 있다. 그동안 잘생긴 얼굴, 예쁜 미모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젠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단다. 피나는 노력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다시 태어난 3인방을 만나 보자.
■'기황후' 지창욱…'동해'는 잊어다오!
어느새 데뷔 8년 차인 배우 지창욱. 여러 편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지창욱은 늘 '동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2010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의 주인공 동해를 맡아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참여하는 작품마다 '동해보다 못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배우의 능력이 아니라 작품과 제작진을 잘 만나 '반짝인기'를 얻었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였다.
MBC '기황후' 지창욱
황제 타환 열연, 존재감 부각
KBS 2TV '비밀' 황정음
여러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 공감
tvN '응답하라 1994' 고아라
마산 출신 '가시내' 완벽 소화
그랬던 그가 MBC 월화극 '기황후'를 통해 기를 펴고 있다.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아 선배 연기자인 하지원, 주진모와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주진모, 하지원 등 연기 경력이 많은 노련한 배우들에게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름 끼치는 연기력'이라는 칭찬이 나올 정도로 열연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 지창욱이 맡은 타환은 한류 스타 '장근석'을 비롯해 유명한 톱스타에게 먼저 캐스팅 제의가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나라 황제인 만큼 변발을 해야 한다는 설정 때문에 대부분 한류 스타가 '이미지가 맞지 않다'며 거절했고 캐스팅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신예급인 지창욱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의 캐스팅 소식을 들은 일부 주연 배우들이 포털 사이트에 '지창욱'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지창욱에 대한 믿음은 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씻고 지창욱은 황제 타환을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죽이려는 승상 연철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과 살아남은 뒤 후일을 기약하는 날카로운 눈빛을 동시에 보여 주며 폭넓은 연기력을 증명했다.
남자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진모와는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을 표현해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했다. 지창욱이 연기하는 타환을 보며 설렌다는 여성 시청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단다. 제작진은 "지창욱은 긍정적이고 기본기가 튼튼한 배우이다. 주연 배우들의 환상적인 조합 덕분에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비밀' 황정음…연기파로 불러다오!
지난주 수목극 1위로 막을 내린 KBS 2TV '비밀'. 스타 제작진과 인기 배우들을 내세워 거센 도전을 한 타 방송 드라마를 모두 압도하며 1위로 영광스럽게 퇴장한 뒤에는 여자 주인공 황정음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했다. 황정음은 연인 대신 감옥에 들어갔으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아이와 아버지마저 잃는 비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었던 이 역할은 황정음을 만나 빛을 발했다.
걸그룹 '슈가'로 연예계에 뛰어든 황정음은 연기자로 전향한 후에도 한동안 인정을 받지 못했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주목 받았지만, 이조차 연기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패션 감각으로 사랑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SBS 드라마 '자이언트', MBC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 타임' 등 출연 드라마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황정음의 연기에 대해선 방송가에서 늘 물음표라는 답을 들었다.
절치부심 끝에 황정음은 KBS '비밀'에서 홈런을 날렸다. 주인공 강유정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한층 깊어진 연기를 끌어냈고 시청자의 공감을 제대로 얻었다. 황정음은 화장기 없는 얼굴과 촌스러운 패션으로 등장했지만, 그 어느 작품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황정음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라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가에선 앞으로의 황정음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KBS 2TV 수목극 '비밀'의 황정음(왼쪽)과 tvN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 KBS·tvN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