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버섯의 조미료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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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버섯을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을 생각하는 부류가 많아져 이제는 일반적인 먹거리가 됐다. 그런데 이 버섯이 곰팡이라면 믿겠는가? 떡이나 음식에 슬어 기겁하게 만드는 바로 그 곰팡이 말이다.

곰팡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버섯이 되는 곰팡이는 담자균(擔子菌)이다. 세포끼리 직선으로 연결돼 마디마디로 실같이 자라지만 조건이 맞으면 이들 균사(菌絲)는 협동하여 자실체(字實體)라는 버섯 형태를 만든다. 이 자실체는 자손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며 수많은 세포가 협동하여 만든 구조체이다. 갓 밑의 주름진 곳에는 먼지 같은 씨앗(포자)이 무수히 매달린다. 이 포자의 하나하나는 바람에 날려가 독립된 곰팡이로 자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반복한다.

대부분의 버섯은 동식물의 사체에 번식하는 사물(死物)기생이며 적당한 조건이 구비되면 인공 재배가 가능하다. 인공 재배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것이 송이버섯이다. 이 버섯은 소나무의 잔뿌리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얻는 활물기생이다. 수십 년간 인공 재배를 시도했는데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비싸고 귀해서 그런지 앞다퉈 찾지만 맛은 표고버섯보다 못하다는 사람이 많다. 진한 향 때문에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 향이 '솔잎 뜨는 냄새'라는 걸 아는가? 뜬다는 건 솔잎이 썩기 전 발효가 일어나 솔잎의 휘발성분이 증발돼 나오는 현상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좋아하는 버섯 맛의 주체는 그 악명(?) 높은 화학조미료의 일종인 핵산조미료(IMP,GMP)라는 거다. 미원(MSG)보다 맛이 강렬하고 더 맛 좋게 느끼는 물질로 발효에 의해 대량 생산된다. MSG와 더불어 감칠맛의 근원이다.그리고 버섯에는 식용이 있고 약용이 있고 먹어서는 안 되는 독버섯도 있다. 세간에 모양이 고우면 독버섯이고, 볼품이 없으면 식용이라는 잘못된 구별법도 있지만, 그걸 믿고 아무 거나 먹다간 큰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독성이 강한 것도 볼품이 없는 놈이 더러 있다.

오래전부터 약용버섯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특히 암에 특효약인양 과대 선전됐다. 소비자는 돈만 낭비하고 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버섯에는 베타글루칸(β-glucan)이라는 다당이 많이 들어있어 항암작용이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베타글루칸은 표고 등 여타 버섯에도 많다. 약용버섯을 많이 먹는 것도 좋지만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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