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대통령의 집사' 美 인종 차별의 슬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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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NEW 제공

리 다니엘스 감독의 '버틀러'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미국을 배경으로 백인들에게 차별받았던 흑인들의 슬픈 역사를 녹여 낸다. 대저택의 남자 하인, 즉 집사를 뜻하는 제목 '버틀러'가 암시하듯 미국 최고의 저택(?) 백악관에서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흑인집사 '유진 앨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

영화는 암울한 모습으로 시작을 알린다. 1926년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 백인들에 붙잡혀 교수형을 당한 흑인들의 시체가 거리에 즐비하다. 이즈음 흑인 부모와 함께 백인 목화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어린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도 비슷한 참상을 경험한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목장 주인인 백인의 총에 맞아 숨진 것. 사건 이후 어머니는 실성해 말을 잃었고 게인즈는 감옥 같은 농장 탈출을 결심한다.

8명의 대통령 수발한 흑인 집사의 실화
많은 할리우드 스타 명품 연기 볼거리


그러나 거리에서 기다리는 것은 추위와 굶주림뿐. 급기야 음식을 훔쳐 먹다 발각되지만 그는 착실한 성품을 인정받아 작은 식당의 웨이터로 일하게 된다. "백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라는 서비스 철학을 몸소 익히고 성실하게 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를 얻어 수도 워싱턴의 한 호텔로 스카우트된다. 이곳에서 일하던 게인즈는 백악관 관료의 눈에 띄어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백악관 집사로 영입된다. 그리곤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하는데….

영화는 대통령 집사라는 인생을 살아온 한 흑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암울했던 흑백 차별의 역사다. 19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게인즈의 시각으로 미국 곳곳에서 자행된 인종차별 현장을 은연중 풀어 놓는다.

특히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남부로 간 '자유라이더' 시위대 버스가 백인우월단체 KKK단의 테러에 불탄다. 자유라이더 멤버였던 게인즈의 아들 역시 폭행을 당하고도 되레 경찰에 잡혀 구치소 신세를 진다. 또 케네디 대통령조차 "흑인들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인권보장을 약속했던 케네디 대통령과 '흑인인권의 대명사'인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연이어 암살당한다. 하지만 미국 지도층의 끊임없는 노력과 흑인들의 희생이 쌓이면서 마침내 인종차별의 종지부를 찍는다. 2008년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은 그 지난한 역사의 피날레다.

이 작품에는 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기파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연을 맡아 명품 연기를 선보이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게인즈의 부인으로 등장한다. 로빈 윌리엄스, 앨런 릭맨, 존 쿠삭, 제인 폰다 등이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으로 출연한다. 28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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