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 연봉 공개 의무화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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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연봉 5억 원이 넘은 등기이사의 보수 공개가 의무화된 가운데 국내 500대 기업 중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5억 원을 넘는 곳은 176개 사, 공개 대상은 536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있는 기업은 절반인 96개 사, 인원은 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연봉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00대 기업 536명 대상
재벌 오너 일가는 94명 불과
미등기 임원으로 법망 피해


1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5억 원 이상 등기 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비상장사를 포함해 국내 500대 기업의 등기이사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 법안 적용은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가 공개되는 내년 3월부터이다.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는 일부 기업의 고액연봉 지급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500대 기업 중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5억 원 이상인 기업은 117개 사. 이 중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57.3%인 67개 사, 인원은 61명이다.

그룹별로 삼성, 신세계 오너 일가는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으로 연봉공개 대상이 아니다. 반면, 현대자동차, SK 등 대다수 그룹은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연봉이 공개될 전망이다.

삼성의 경우 연봉공개 대상이 될 수 있는 오너 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로 호텔신라 등기이사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 모두 미등기 임원으로 빠져 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연봉공개 대상을 등기이사로만 한정하면서 대주주들이 등기이사직을 사퇴하고 미등기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기업 오너들이 등기임원직을 기피하면 연봉공개 제도의 당초 취지도 무색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진, 한화 등은 모두 대주주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부영, 한진중공업, 미래에셋, 대성은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5억 원을 넘는 500대 기업 계열사가 없거나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올라있지 않다.

배동진 기자 dj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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