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블부블-부산 블로그] 개운함 뒤에 숨어 있는 진득한 이 맛은 뭐지?
추위 잊게 해 줄 따뜻한 국물 요리 3題
부쩍 추워진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덤으로 전날의 숙취까지 겹친다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십니까?
저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복국을 꼽습니다. 뜨끈하고, 개운한 국물에 담백한 복어살을 초장에 콕 찍어 먹는 그 맛이란…. 굳이 저 같은 주당이 아니어도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기는 겨울철 대표음식이 아닐까 싶네요.
자갈치식 복국
서구 토성동 '미도복국'
서구 남부민동 '남포식당'
요즘은 전국 어딜 가더라도 복국집 간판이 심심찮게 보이지만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복국은 부산과 경남 해안가 사람들의 특권과도 같은 음식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남해안만의 토속음식과도 같은 음식이란 얘기죠. 그 이유는 마산, 통영, 부산 인근의 남해바다가 국내산 식용 복어의 주 산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국내산 복어의 개체수가 줄어들어 그 빈자리를 값싼 수입산이 대체하고 있지만 맛으로 따진다면 수입산 냉동 복은 국내산 복어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 남해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생복으로 끓인 복국 한 그릇…. 이 철에만 맛 볼 수 있는 진미이자 보약과도 같은 음식입니다.
부산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복국집들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띄죠?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복국집들이 모두 비슷한 맛을 내는 건 아닙니다. 같은 부산식 복국이라도 맛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해운대나 영도 등지에 많이 모여있는 대형 업소들의 복국입니다. 공통적인 맛의 특징은 "딱 떨어지는 맛의 맑고, 개운함." 가장 많이 접하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맛의 부산식 복국이죠.
또 다른 하나는 자갈치시장 인근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오래된 식당들의 복국. 제 나름대로 자갈치식 복국이라 부르는 부산만의 독특한 복국입니다. 이런 집들의 복국 맛은 딱 떨어지는 맑고, 개운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맛인데요.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복국 특유의 개운함 뒤에 진득하고, 깊은 맛이 숨어있다고 해야하나?
이런 류의 복국을 내는 집들의 특징은 대부분 생복을 사용하고 수입산 냉동복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복국 맛의 반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한 껍질에서 우러나오는 진득한 젤라틴의 느낌이 수입산 냉동복과 같을 리 만무하죠.
거기다가 복국을 끓일 때 사용하는 육수도 일반적인 복국에 비해 조금은 더 강하게 사용합니다. 밑간을 하는 양념 또한 조선간장 같은 느낌의 깊은 맛을 내는 재료를 사용하고요. 오늘 소개할 두 집 역시 자갈치식 복국의 대표적인 집들입니다.
첫 번째 집은 토성동의 미도복국. 미도복국의 복국은 완전한 자갈치식 복국이라기 보다는 두 가지 부산식 복국 맛의 장점을 섞어 놓은 듯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맛은 맑고, 개운하지만 여운은 깊고, 진한….
그리고 복국 속의 내용물이 실하기로도 소문이 난 집입니다. 이 집 복국 속에 들어간 복어를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니까요.
미도복국의 복어는 공동어시장 상인들도 인정할 정도로 최상급의 복어만을 사용합니다. 일단은 그 크기에 놀라고 다음은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에 놀랍니다. 양식이나 수입 복어는 절대 쓰지 않고 겨울철에는 생복을 사용하고 생복이 나오지 않는 그 외의 철엔 겨울철에 받아 급랭한 국내산 복어만을 사용합니다.
대표메뉴는 국내산 생복으로 끓인 까치복국과 참복국인데 가격이 조금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집이고요.